이란 내부자 "韓선박 나포 경제적 결정…韓 모욕 당할 필요 있어"
이란 내부자 "韓선박 나포 경제적 결정…韓 모욕 당할 필요 있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1.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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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한국 화학제품 운반선 MT-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은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현금자산(석유 수출대금) 70억달러를 둘러싼 오랜 분쟁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이란 강경파와 가까운 정권 내부자는 FT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둘러싼 미국내 갈등을 언급하면서 "우선 미국 장군들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진정시키는데 바쁘므로 미국인들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계산"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이란의 두 가지 조치(우라늄 농축 비율 20% 상향과 한국케미호 나포)는 서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을 자극하려고 의도된 것도 아니다"며 "(한국) 유조선 나포는 한국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우리 자산을 동결 해제하도록 강요하는 경제적인 결정이었다"고 했다.



FT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 최악의 코로나19 사태와 싸우고 있다면서 지난 4일 한국케미호를 환경 오염 문제로 나포한 것은 한달전 이란의 코로나19 백신 대금 180만유로를 송급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이후라고 했다.



정권 내부자는 "우리의 싸움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 그들(한국인)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They [the Koreans] needed a slap in the face)"며 "그들은 우리가 약과 백신을 간절히 사려고 할 때 이란의 자금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전자우편에 대한 답이 단순히 '미안하다'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제 그들은 (이란에) 와서 우리와 유조선에 대해 협상을 해야 한다. 그들의 귀에 대해 우리 자금이 어디에 있지'라고 속삭일 수 있을 때다"고 했다.



FT는 이란이 기업 또는 정치적 동맹국과 자금 문제로 공개적으로 논란을 빚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를 앞두고 한국이 드러낸 극명한 무관심이 이란을 행동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 분석가는 "심지어 중국도 이란에 생존을 위한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 이란을 격분하게 했다"고 했다.



FT는 한국케미호 나포는 미국의 제재 우려로 인해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이라크은행에 동결된 수백억달러 규모 현금자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란 내부 압력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고도 했다. 이란은 이라크에도 가스와 전력 수출대금 60억달러를 결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외 은행에 동결된 이란 석유수출대금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FT는 이란 정부와 가까운 경제학자를 인용해 대략 100억~1200억달러 사이로 추정했다. 이는 이란이 한국과 중국, 인도, 터키, 이라크 등에 석유를 수출하고 받아야할 대금이지만 미국의 제재로 동결됐다.



아울러 FT는 오는 6월 이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파간 긴장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6월 대선 승리를 노리는 의회 다수세력인 강경파들은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의무적으로 대폭 강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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