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모두가 매달려야
코호트 격리, 모두가 매달려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1.1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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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 (부장)
하성진 취재팀 (부장)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1인 1실 입원이 불가능할 때 확진자는 확진자끼리, 바이러스에 노출된 접촉자는 접촉자끼리 동일한 집단을 묶어 격리하는 방역 조치다.

일종의 사회적 고립을 통해 외부 확산을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되레 고령층 환자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의사협회까지 나서서 코호트 격리를 비판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목청을 높여 비판했다.

환자들을 격리할 시설이 부족한 요양시설에 그대로 확진자를 둔 채로 해당 시설을 격리하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코로나19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요양시설은 음압병상이나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이를 치료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도 부천의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요양보호사 6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고 코호트 격리된 후 지난 3일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 47명, 관련 확진자 160명이 나왔다.

12월20일~26일 발생한 28건의 집단 감염 가운데 의료기관·요양시설 관련 집단감염은 6건으로 4분의1 가까이 차지했다. 종교시설(10건)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효플러스 요양병원장은 “이송만 빨랐어도 80%는 살렸다”라고 절규했다.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확진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쏘아붙였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괴산성모병원과 음성소망병원, 진천도은병원에서만 나온 확진자 수는 모두 280명이다.

성모병원 52명, 소망병원 119명, 도은병원 109명이다.

3개 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69.1%를 차지한다.

병원 내 감염 비율은 괴산군 70.3%, 음성군 64.0%, 진천군 75.2%다. 청주에서도 동일집단 격리 중인 참사랑 노인요양원에서 111명이 확진됐고 8명이 숨졌다.

요양시설 내 확진자 발생 시 적용되는 `코호트 격리'가 되레 확진자 증가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이유다.

코호트 격리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방식이다.

코호트 격리 시설은 병상 2m 이상 간격 배치, 화장실·샤워실 분리 사용, 보호구 착탈 구역 지정 등 감염 예방 원칙을 지키기 매우 어렵다.

환기 시설이 미흡한 데다 좁은 공간에서 소수의 의료진·돌봄노동자가 여러 환자를 돌보는 열악한 곳이라면 위험은 더욱 크다.

이런 까닭에 열악한 시설에 적용되는 코호트 격리는 `그저 방치해놓은 곳'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는 코호트 격리를 무작정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방역당국은 코호트 격리가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여건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적절한 전원조치·격리 조치라든지 충분한 전담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양시설·의료기관이야말로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초기부터 개입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동일집단 격리의 효과성을 발휘하려면 병원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매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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