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삶과 죽음-존재의 양면성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삶과 죽음-존재의 양면성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21.01.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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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프랑스 태생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실험적이고도 새로운 시도들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형식주의 모더니즘의 붕괴 이후 출현한 개념 미술의 토대 위에 형성되었으며 메일아트, 퍼포먼스, 책의 출판, 오브제의 수집, 사진을 이용한 설치 등의 다양한 양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전 작품에 걸쳐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이다. 유태인이었던 볼탕스키는 혼란스러운 전후에 유년기를 보내면서 유태인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 배경 속에서 그는 타자의 부재, 즉 죽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모순적으로 보이나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공존하는 존재의 양면성을 인식하게 된다. 바로 이 존재의 양면성이 그의 작품 전반에 내재하고 있는 주제이다.

`죽음과 부재'를 주제로 전개된 볼탕스키의 작품세계는 언제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그의 설치작품 시리즈는 2차 세계대전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간 유대민족에 대해 환기를 시키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민족적 역사성을 암시하였다. 헌옷을 사용한 설치시리즈는 학살된 유대인의 소지품을 저장한 창고를 연상시키며, 관람자들에게 설치작품 위를 걷게 하면서 그는 관람자들에게 인간의 주검 위를 걷는 느낌을 갖게 하여 현상계에 부재하는 존재에의 물음을 던진다. 헌 옷을 입었던 그들은 사라졌다. 그들은 부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취와 흔적, 그들에 대한 기억은 파편처럼 어딘가에 남아 있다. 거대한 심층구조인 무의식과 관계하는 기억은 어떤 분명한 물질적인 증거 없이도 현상에 대한 본질을 수용하는데, 기억의 환기에 의해 의미망을 구축하는 설치 작업은 과거의 존재를 증명하지만 현재의 부재를 암시하는 존재의 양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두운 세계로 다가서는 것, 그것은 존재에 대한 어두운 성찰이다.”라고 말한 볼탕스키는 감각을 통해서만 인식 가능한 현상계 이면에 숨겨진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존재의 양면성을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볼탕스키의 작품들은 결국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과 망각, 그리고 죽음에 관한 우리들의 운명적 물음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숙명적으로 누구나 겪어야 할 총체적 삶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렇듯 볼탕스키의 작품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 우리에게 소통되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개인에서 시작하여 개인을 벗어나게 될 때 초월된 자아를 만날 수 있듯이 볼탕스키가 보여주는 개개의 일상적 사건이나 특정한 역사적 사건도 종합적인 삶의 속성으로 통합될 때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그는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완전함과 영원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역설적이게도 현상계 이면에 존재하는 허구와 부재, 죽음을 통해 실존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주체의 소멸과 아우라의 상실로 특징지어지는 현대미술 속에서 볼탕스키의 작업은 존재의 양면성에 대한 표현을 통해 실존의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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