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그래도 우리는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1.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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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지도 어느새 엿새가 지났습니다.

하여 먼저 송구영신(送舊迎新) 잘하셨는지 안부인사 여쭙니다.

예년 같으면 제야의 종소리를 뒤로 한 채 추위와 수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해맞이 명소를 찾아가서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을 빌고 돌아와 벅찬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정초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자중자애하며 집에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했으리라 사료됩니다.

아무튼 무탈하게 새해를 맞는 이는 행운아입니다. 아니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다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 년 내내 지구촌 방방곡곡을 헤집으며 남녀노소 귀천강약을 가리지 않고 엄습해 8천여만 명(세계인구 1%)이 감염되어 모진 고통과 수난을 당했고 그 중 2백여만 명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건재하다는 자체만으로도 상찬받을만한 시대의 홍복입니다.

비록 일상의 자유를 유린당하고 생계까지 위협당했지만 무탈한 이들이 많은 건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모두는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기쁨과 보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설사 작심삼일일지라도 새해 계획도 세우고 전화나 카톡으로 지인들과 정겹게 신년인사도 나누며 몸과 마음을 더욱 튼튼히 해야 합니다.

세상이 몹시 아픕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프고, 환경파괴 때문에 아프고, 이념과 종교 간 갈등 때문에 아프고, 인간들의 탐욕과 몰염치 때문에 아픕니다.

이대로 가면 이대로 방치하면 남는 건 공멸뿐입니다.

서둘러 치유해야 합니다. 곪아 터지기 전에 도려 낼 것은 도려내고 꿰맬 것은 꿰매야합니다.

코로나는 감염세가 가파르고 위험천만하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었고 항체치료제까지 나올 태세여서 제압은 시간문제입니다.

제대 말에 조신하게 몸조심해야 하듯 지금이 바로 그럴 때입니다.

받은 행운과 축복이 헛되지 않도록, 빼앗긴 일상의 자유를 하루속히 되찾을 수 있도록.

환경파괴를 멈춰야 합니다.

코로나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뿐더러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 초미세먼지와 생태계의 교란 등이 모두 개발과 편리라는 미명아래 저지른 인간들의 환경파괴에 기인합니다.

재앙의 도화선이자 인류멸망의 지름길인 환경파괴. 줄이고 저감하는 길 외엔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으니 경각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나라도, 기업도, 개인도.

이념과 종교 간의 갈등이 사회와 공동체를 멍들게 합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은 주의와 경고 수준을 넘어 퇴장 수준입니다. 역사와 문명이 보수와 진보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는데 서로 저는 옳고 남은 그르다 하니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분오열 됩니다. 선입관과 편견의 노예가 되어 아귀다툼을 하고 있으니 미래가 암울합니다.

종교 간의 갈등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어처구니없는 테러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자폭테러가 거룩한 순교처럼 포장되는 서글픈 현실 앞에 할 말을 잃습니다.

자비와 용서와 평화를 갈구하는 종교가 그러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들의 탐욕과 몰염치가 세상을 고통으로 몰고 갑니다.

강대국들의 횡포, 약육강식에 길들여진 사회문화, 악화일로에 있는 빈익빈부익부,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아파 찡그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애써 웃으며 삽시다. 그래서 세상이 아파 절망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애써 희망을 노래합시다.

사람들이 이념으로 갈라지고 종교로 벽을 쌓고 삽니다. 그래도 우리는 애써 화합하고 애써 벽을 허물며 삽시다.

탐욕과 몰염치로 물든 혼탁한 세상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애써 양심껏 삽시다.

우리는 시대를 떠받드는 선남선녀들입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는 우리는 바로 사랑입니다.

올해도 우리 모두 그렇게 복 많이 짖고 삽시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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