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천리(牛步千里)
우보천리(牛步千里)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1.05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진천 주재
공진희 부장(진천 주재)

 

우리는 소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사람대접을 할 만큼 존중하였다.

힘든 일을 도와주는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일꾼인데다 또 소값이 비싸서 재산으로서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골탑(牛骨塔)은 대학에 다니기 위해 시골에서 소를 팔아야 했던 시절 대학을 일컫는 말로 상아탑(象牙塔)을 대신하여 쓰던 말이다.

우리는 소를 한집안의 가족처럼 여겼기에 소를 인격화한 일화가 많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黃喜)가 길을 가다가 두 마리의 소가 밭을 가는 것을 보고 농부에게 묻기를 `어느 소가 밭을 더 잘 가는가?'물으니 농부는 황희 옆으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이쪽 소가 더 잘 갑니다'답하였다.

황희가 이상히 여겨 `어찌하여 그것을 귓속말로 대답하는가?'물으니 농부는 `비록 미물일지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으니 한쪽이 이것을 질투하지 않겠습니까?'하였다.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에는 권씨라는 농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와 격투 끝에 죽은 소의 무덤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사람을 위해 수많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소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몸까지도 남김없이 내어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쇠고기를 많이 먹어온 편으로 그 요리와 이용법도 상당히 발달하였다.

소를 도살할 때 나오는 여러 가지 부산물은 식용 이외에 공업용·약용·미술품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소의 뿔은 활과 같은 무기, 우산·칼 등의 공산품과 담배물부리 같은 세공품의 재료로 쓰이고, 발굽은 단추·비료·사료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소가죽은 가죽신·가방·옷·벨트·지갑 등의 공산품 제조에 이용되고 있다. 소뼈는 아교와 젤라틴을 만든다. 뼛속에서 나오는 골유(骨油)는 비누와 초의 원료로 쓰인다. 소의 내장은 식용으로뿐만 아니라 의약품 원료로도 이용된다. 소의 털은 쿠션·의자·침대 등의 충전용으로 사용하고 담요·띠·머플러·솔 등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우황은 우리나라 특산약품의 하나로서 오늘날까지 귀한 약으로 쓰이고 있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소의 똥마저도 훌륭한 땔감으로 쓰였다.

수행과 깨우침의 비유에서도 소는 등장한다.

십우도(十牛圖)는 인간 본성 회복을 목동이 소를 찾아 길들이는 것에 비유해 그린 선화(禪畵)의 일종으로 흔히 법당 외벽 장식 벽화로 그려진다.

불교의 진리를 수행하는 사람의 입문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경로를 열 단계로 나누어 그림으로 설명한 것이다.

①심우(尋牛:자기의 본심인 소를 찾는다) ②견적(見跡:소의 자취를 본다) ③견우(見牛:소를 발견한다) ④득우(得牛:소를 얻는다) ⑤목우(牧牛:소를 길들인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소를 타고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⑦망우존인(忘牛存人:소를 잊고 안심한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사람도 소도 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⑨반본환원(返本還源:있는 그대로의 전체세계를 깨닫는다) ⑩입전수수(入廛垂手:중생제도를 위해 길거리로 나간다)의 10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가 밝았다.

소가 우리에게 선사한 그 마음을 가슴에 품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서로 손을 맞잡고 올 한 해를 걸어가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코로나에게 빼앗긴 일상이 이토록 간절하기에, 되찾은 일상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