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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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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이 없는 김관식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김관식씨는 5억이 없다. 사실 그는 5억을 가지고 있다. 그럭저럭 한국의 중산층이면서 행복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5억을 가진 중산층 김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5억이 없는 김관식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에게 이런 엉터리 산수를 가르쳐 주었던가 그는 10억을 가지고 싶은 이 시대의 아저씨였다. 5억을 가진 그가, 1억도 없는 민중들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야 할 김관식씨가, 어디서 이런 셈법을 익혔단 말인가.

갑자기 히틀러가 떠올랐다. 독자 제현께서는, 재산 5억과 히틀러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질책을 하실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억과 히틀러는 분명히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누구인가.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으며,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주범이다. 그래서 인류사에서 가장 흉악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인간사에서 더 이상 사악한 사람은 파우스트를 유혹한 악마(惡魔)밖에는 없다. 그런 그였지만, 독일을 폭력적으로 통치하지는 않았다.

그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독일국민을 열광시켜서 자발적으로 독일의 파시즘이 작동되도록 만든 비결을 알고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답은 욕망이다.

그는 독일국민에게 욕망의 불을 지폈다. 광기서린 연설로 독일인들의 독일민족주의 욕망을 자극하여 자발적으로 파시즘을 찬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영화(映畵)를 욕망 자극의 도구로 삼는가 하면 아리안족 우월주의를 심어주면서 독일인을 욕망의 화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믿을 수 없지만 히틀러의 연설에 열광하는 독일인, 이것이 이성적이고 냉정, 침착하다는 독일인의 모습이었다. 욕망에 쫓기는 독일인으로 만든 것이 히틀러의 통치술이었다.

5억의 김관식씨 역시 욕망에 쫓긴다. 20세기의 철학자 푸꼬가 21세기는 들뢰즈의 세기일 것이라고 예언한 저 유명한 들뢰즈는 이렇게 말했다.

'결핍이 있어서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기 때문에 결핍이 있는 것이다'라고. 5억을 가진 김관식씨는 가난해서 5억을 열망하는 것이 아니다. 5억이면 그런대로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이고 경제적 결핍도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5억을 열망한다.

바로 이 지점, 즉 10억을 욕망하기 때문에 5억의 결핍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5억을 가진 김관식이 아니라 5억이 없는 김관식으로 규정한다.

똑같은 개인을 자기 스스로 분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김관식씨는 정신분열증에 감염된 욕망의 주체로 존재한다.

욕망에 쫓기는 청주의 김관식씨, 그것이 자본의 통치술이었다. 자본은 인간을 조종하여 20억을 가진 사람은 20억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50억을 가진 사람은 거꾸로 50억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천억이 되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믿게 만드는 이것이 바로 자본의 인간 통치술이다.

히틀러가 이성적 독일국민을 욕망의 불로써 광기에 빠지도록 한 것이나, 우리의 김관식씨가 자신을 태워 욕망의 불을 살라 10억을 열망하는 것은 원리가 같다. 간단히 말해서 욕망의 노예인 것이다.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두 인간은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았다.

다른 점은 파시즘의 화신이었다는 것과 자본주의형 노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천만원 밖에 없는 자기, 한국인으로 태어난 자기, 손가락 하나가 기계로 들어간 자기, 고향이 옥천이면서 지금은 충주에 사는 자기, 그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욕망에 쫓기는 한, 인간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비교상대적인 우월감일 뿐 언제나 비교열등의 패배감에 패배한다. 독수리에 간을 쪼이는 시지프스처럼 욕망에 쫓기고 고문당하면서 일생을 살다가 죽을 뿐이다.

아, 인생은 허무할지라도 그 욕망의 사슬에서 헤어나려는 원력이라도 상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본에 대한 저항,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고의 덕성(德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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