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Contagion)
컨테이젼(Contagion)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1.04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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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2011년 9월에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전염병)에서 백신을 둘러싼 두 가지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미국 질병통제본부의 엘리스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 분)가 자신에게 배정된 백신을 형편이 딱한 후순위로 밀려난 하급 직원에게 양보하는 모습이고, 또 하나는 감염병의 진원지인 동남아에서 힘없는 약자들이 백신을 얻기 위해 세계보건기구에서 파견된 오랑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 분)를 납치하는 모습이다.

백신이 없으면 죽게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놀랍도록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박쥐를 매개로 세계를 위협하는 팬데믹이 시작된다는 점, 전 인류의 20%가 감염병으로 사망하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 가짜 뉴스의 범람과 각국 정부의 대혼란, 백신의 초고속 개발 과정과 의료진의 헌신 등.

소름끼치도록 싱크로율이 현재의 상황과 99% 일치하는 이 영화가 곧 속편으로 제작돼 대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10년 전에 이 영화를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당시 각본을 쓴 스콧 번즈와 손을 잡고 속편의 제작을 언론에 공개했다.

소더버그 감독은 인터뷰에서 “나와 번즈는 컨테이젼의 속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철학적인 속편이며 여러분은 원작과 속편이 일종의 짝을 이룬 것처럼 (만들어진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쯤 보게 될 이 영화의 속편,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펜데믹 이후의 10년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지구촌 강대국이자 선진국을 자부하는 미국에서 새해 벽두에 볼썽사나운 뉴스가 나왔다. 백신을 서로 먼저 맞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백신이 도착한 후로 지난 1년간 의료진 사이에 형성됐던 동지애와 연대감이 사라지며 `각자도생'기류가 시작되고 있다. 실제 미국 모건스탠리 이동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던 현장 의료진보다 `편안하게' 재택근무를 하던 병원 직원이 먼저 백신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이 이를 분개해 하며 항의하자 병원장이 뒤늦게 사과문을 이메일로 보내며 용서를 구했다.

뉴욕의 마운트시나이 병원에서는 마취과 의사들이 다른 의사들보다 백신 접종 순서가 늦어지자 병원 측에 항의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들은 SNS에 접종 인증샷을 올린 동료를 비난하며 “왜 저 사람이 나보다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의료 인력이 아닌 의료진의 배우자가 먼저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리 환자와 직원들도 맞지 못한 백신을 의료진의 배우자가 먼저 맞았다는 것은 모욕”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본에서는 부유층 인사들이 중국에서 밀수한 백신을 1회당 10만엔(105만원)이란 거액을 주고 접종하고 있다는 `황당한' 뉴스가 전파를 탔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코로나19 발병 1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재차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촉구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백신은 팬데믹의 흐름을 바꿀 큰 희망”이라며 “그러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백신을 살 수 있는 국가뿐 아니라 위험에 처한 모든 사람이 면역력을 갖츨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병 1년 만에 전 세계에 8250만명을 감염시키고 18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코로나19. 인류의 희망인 백신이 더는 부유층과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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