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는 선조의 지혜, 문화재가 되다
건강을 지키는 선조의 지혜, 문화재가 되다
  •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1.0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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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역사상 유례없는 전염병에 온 인류가 긴장하고 분투하며 싸워왔던 1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대사건이 있었음에도 자연의 섭리 안에서는 그저 한순간이라 생각하니, 조금 허무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자연의 섭리 속에서 지혜를 찾고 삶을 이어나는 것이 바로 인간이지 않은가?

자연의 섭리에 때론 순응하고 때론 맞서며 삶을 영위해온 선조의 지혜는 우리 삶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절기를 읽고 계절에 맞춰 파종하고 수확하는 농경문화는 인류가 습득한 자연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농경 전승지식”은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농경 전승지식이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체결되면서 무형유산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의 범주에 포함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무형문화재법이 제정된 후 비로소 기존의 기·예능의 범주를 넘어선 무형유산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농경 전승지식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검토도 이때부터 시작돼, 2020년 11월 20일 첫 번째 농경분야 무형문화재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인삼재배와 약용문화”이다. 김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인 것처럼 인삼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품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삼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채취· 재배된 작물로, 우리나라 국제무역의 중심에 있었던 물품이다. 이와 관련된 의료, 음식, 의례 등의 문화도 풍부하게 형성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인삼을 사용했는지는 정확지 않지만, 삼국시대에 이미 우리 인삼은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6세기 초 중국 양(梁)나라 도홍경이 쓴 `명의별곡'에 백제와 고구려의 인삼을 비교한 글이 있으며, 신라는 당(唐)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인삼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또한 발해의 문왕(文王)은 인삼 30근을 일본에 보내 교역했다는 기록도 있어, 우리나라 인삼의 명성이 동북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때의 인삼은 재배한 삼이 아닌 산에서 채취한 삼이며,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이후로 학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인삼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조선 후기부터이다. 조선 인삼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나라에서 백성에게 공물로 요구하는 인삼의 양도 같이 늘어갔다. 결국, 산에서 채취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양을 맞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이를 해결하고자 인삼의 재배가 본격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설에 따르면 1541년 풍기 군수로 부임한 주세붕(周世鵬)이 인삼 때문에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려고 재배법을 개발해 전수하였다고 하며, 또 한편에서는 전라도 동북면 최씨라는 사람이 파종해 인삼을 재배하였고 이 방법이 개성으로 전파돼 널리 퍼졌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든 조선 후기 인삼의 재배가 본격화되면서 `정조실록'1790년 기사에는 산에서 채취하던 산삼과 다른 집에서 재배한 삼을 가리키는 `가삼(家蔘)'이란 명칭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삼은 오랜 역사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하면서 선조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약재이자 몸을 보호하는 음식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2020년 11월, 이렇게 형성된 우리 인삼의 역사와 문화가 무형의 유산으로 인정되어 국가무형문화재 제143호로 지정된 것이다.

건강과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이기에 `인삼재배와 약용문화'의 무형문화재 지정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삼을 통해 온갖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려던 우리 선조의 지혜와 노력처럼, 코로나 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과 지혜도 결실을 맺어 언젠가 문화유산이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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