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단군신화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에게 단군신화는 어떤 의미인가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0.12.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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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얼마 전부터 테마별 시리즈 독서를 하고 있다. 양성평등 문제, 청소년 문제, 소외된 노인 문제 시리즈에 이어 이번엔 우리 사회 다문화 현상과 지구촌 다문화 양상을 살펴보는 시리즈 독서이다.

“레슬리 벤필드 씨는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단일민족이라는 한국인의 믿음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언젠가 이 믿음으로 한국 사회가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SBS 스페셜 제작팀이 발간한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다문화 이야기인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의 한 문장이다. 한국인의 기저엔 단군 혈통이라는 단일민족사관이 팽배하다. 국가 위기 때마다 이 사상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구심점으로 사용되곤 했다. 혹자는 말한다. 21세기를 살면서 아직도 민족주의를 운운하느냐고…,민족주의라는 결속은 순기능도 있지만, 이따금 나라 발전을 방해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서 인구문제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 1위로 거론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0.8%인데 이대로라면 빠르면 2,300년엔 한국의 마지막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구수가 국가의 큰 자본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갈수록 출산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경제적인 영향도 한몫한다. 성실히 일하며 한발 한발 오른 계단의 결과가 좋게만 나타난다면 무슨 걱정이랴. 타는 사람은 타고 안타는 사람은 교묘히 에스컬레이터로 빠져나가는 옻나무법에 대한 체감도 크다. 이대로 결혼 포기, 출산 포기가 계속된다면 다음 수순은 국가의 전멸이다.

저울 계수를 떠나서라도 이제는 근시안적 사고를 탈피하여 빅픽처를 보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책의 중심 주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시대엔 씨알 그대로 보며 본질적 가치를 꿰뚫는 통찰이라고 본다. 읽는 내내 `차이를 차별로 연결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심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훈련된 행동양식'이라는 문장이 센 망치를 가한다. 인구 절벽으로 가는 시점에서 단일민족사관으로 훈련된 순혈주의 행동양식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학교 교과서에도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여서 아이들끼리도 경계 짓기를 하지 않는데 여전히 어른들 사이에선 단일민족 사상을 고집하는 부류들이 절반을 넘는다. 신념처럼 학습 받은 세월이 있으니 바꾸기 쉽지 않지만, 건국신화로서의 단군신화를 재조명해 볼 필요성은 있다. 21세기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에 또 다른 쇄국의 빗장으로 작용해 국가 성장을 저해해선 안 된다.

학연, 지연 중심의 계보주의도 다르지 않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먼저 고향과 학벌, 직업을 묻는 일이 순차코스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형성한 위계구조는 또 하나의 패거리주의를 이루면서 정수를 가리는 편견의 잣대가 되고 법의 형평성을 깨뜨리고 옻나무법을 만들어낸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옳지 못한 습성은 동남아시아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유럽계 백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한 때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독일로 건너갔던 우리 선조들을 생각하면서 입장 바꿔 역지사지해 볼 일이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이제 단군을 구심점에 둔 단일민족사관의식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장애요소로 떠올랐다. 인구는 그 나라의 큰 자본으로 회자되는 시대이다. 다문화 사회의 순기능을 찾아 잘 신장하여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다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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