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은 펭귄에게 양보하자
크릴은 펭귄에게 양보하자
  • 박규연 청주시 회계과 주무관
  • 승인 2020.12.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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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규연 청주시 회계과 주무관
박규연 청주시 회계과 주무관

 

요즘 약국을 가거나 홈쇼핑을 보다 보면 가장 핫한 건강보조식품으로 `크릴 오일'이 눈에 띈다. 크릴 오일의 주원료가 되는 크릴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4~6㎝ 크기의 갑각류인 크릴은 떼 지어 몰려다니며 해빙 아래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살고, 펭귄이나 수염고래 등 남극에 사는 대부분 생물의 먹이가 된다.

뽀로로, 펭수 등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펭귄 캐릭터는 남극에 사는 펭귄이다. 대표적으로 펭귄은 젠투 펭귄, 턱끈 펭귄, 아델리 펭귄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아델리 펭귄은 거의 크릴만 먹고산다.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식성이 까다로운 아델리 펭귄 같은 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남극의 얼음이 점점 녹아 서식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고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크릴을 포획해 크릴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크릴을 주식으로 삼는 펭귄의 개체 수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크릴은 지난 40년간 70%가 줄었고, 크릴만을 먹고사는 아델리 펭귄의 개체 수도 같은 기간 동안 80%가 줄었다.

사실 크릴을 잡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남극해양생물자원의 보전에 관한 협약(CCAMJR, 까밀라)에 의해 관리돼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크릴을 먹고사는 동물들까지 고려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남극 생물들에는 크릴 조업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에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 있는 크릴은 오메가3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크릴 오일을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식용유 같은 `식용유 지류'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콩기름, 참기름, 올리브유와 같은 기름이라는 것이다. 오메가3는 해초류나 식물류를 통해서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음에도 굳이 검증되지 않은 펭귄의 밥까지 빼앗아 먹어야 할까?

매년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번식을 끝낸 아델리 펭귄이 바다가 얼기 전에 북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제정됐다. 그들이 무사히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하며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코로나19가 보여주듯 서로 연결돼 있다. 나의 사소한 선택이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우리는 크릴 오일 외에도 다른 대체품들이 많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지만, 펭귄에게 주식인 크릴은 당장 생존과 직결된다.

펭귄의 주식을 계속 빼앗다 보면 그 결과는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다른 생명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생각해야 할 때다. 크릴은 펭귄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더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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