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규칙
스포츠와 규칙
  •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 승인 2020.12.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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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 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은 유소연 선수가 우승하여 메이저 대회 2승째를 기록한 대회이다.

사실 이 대회의 우승은 미국 여자프로 골퍼인 렉시 톰슨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 12번 홀이 진행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렉시 톰슨은 3타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누구도 렉시 톰슨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전날 3라운드 17번 홀에서의 상황이 렉시 톰슨의 우승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당시 렉시 톰슨은 17번 홀에서 약 30cm 정도의 파 퍼트를 남겨두고 마크했다가 다시 공을 놓고 퍼트를 했는데, 이때 렉시 톰슨이 공을 들었다가 놓는 과정에서 약 2.5cm 정도 홀 쪽으로 가까운 곳에 놨다는 TV 시청자의 이메일 제보가 대회 마지막 날 접수되었다. 주최 측은 이 사안을 검토해 렉시 톰슨에게 벌타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공을 마크한 지점이 아닌 곳에 놓았다는 이유로 2벌타, 스코어 카드를 잘못 작성해 제출한 이유로 2벌타 총 4벌타를 주었다. 그 결과 유소연 선수와 렉시 톰슨은 연장전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유소연 선수의 우승으로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렉시 톰슨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규칙을 어긴 것은 사실이고 규칙을 어긴 행위에 대한 벌점 부과는 누구나 타당한 것이라 생각한다. 렉시 톰슨 자신도 규칙 위반을 인정하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스포츠에서의 규칙 위반은 엄격하고, 이러한 엄격한 규칙이 있기에 누구도 규칙을 위반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 규칙을 위반해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거나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규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경기에 참여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규칙이 없는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고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가 공을 가지고 노는 단순한 놀이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학교폭력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고등학생의 사연이 올라왔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스포츠를 가장해 피해 학생에게 머리 보호대를 착용하게 하고 2시간 40분 동안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머리 보호대만 착용하면 폭행도 스포츠가 되는 것인가? 스포츠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종격투기도 철저한 규칙하에서 경기가 이루어진다. 심판이 있고, 선수의 작은 규칙 위반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선수가 규칙을 어기고 상대방을 공격했다면 그는 이미 선수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폭력을 행사한 폭행범에 불과하다. 가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스포츠로 가장해 합리화하려 했다면 그 학생들은 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분명하다.그것이 아니면 학교폭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스포츠를 가장해 스파링했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면 그들의 행위는 더욱 용서받기 힘들고 가중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도 피해 학생을 의식불명에 빠지게 할 의도까지는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를 했던 실수를 했던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들은 폭력을 행사한 것이지 절대로 스파링을 한 것은 아니다. 또 가해 학생들은 이미 학교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전력이 있는 학생이 또다시 학교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학교폭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그들에게 내려진 페널티가 그들의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규칙 위반에 대한 엄격한 페널티를 부과해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불관용의 원칙에 따라 사회의 규칙인 법과 학교의 규칙인 교칙을 엄격히 적용해 변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올바른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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