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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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12.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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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우려했던 곳이 뚫렸다.

지난 24일 성탄절을 전후해 천안시 병천면의 한 외국인 전용 식료품점에서 이곳을 출입하던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집단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된 이들은 대부분 같은 국적의 외국인들로 벌써 이 곳과 관련된 확진자 수만 무려 100여명에 육박한다.

문제의 장소에 있었던 외국인들이 또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새로 바이러스를 전파해 또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N차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천안시와 방역당국은 앞서 1개월 여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임 장소를 취약 지역으로 정해 지역 산단 등 일원에서 전방위 실태 조사 및 검사에 나서 감염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 처럼 미신고된 특정 장소에서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집단 모임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 보다 집중해 관리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천안 외국인 집단 감염사례는 마스크를 아무리 평소에 잘 착용하고 있더라도 잠깐 벗고 있을 때 비말의 전파를 차단하지 못하면 누구라도 코로나19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 외국인 식료품점은 천안 동부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아지트'였다.

동남아에서 수입한 식료품이나 생활 필수품을 손쉽게 살 수 있었고 심지어 2층 건물의 공간은 모여서 대화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식당 같은 공간으로 쓰였다.

이런 장소에서 수십여 명이 수시로 만나고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예견된 사고일 수 밖에 없었다.

밀폐된 장소에서의 대인 접촉은 서울 동부구치소의 대규모 집단 감염사례를 봐도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 수 있다.

지난 18일 1차 검사에 이어 23일 2차 검사에서 무려 514명의 집단 확진자가 나온 동부구치소는 고층 아파트형 밀집 구조로 지어졌다. 수용 정원도 2070명이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2412명으로 10% 가까이 정원을 초과한 상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정원 보다 훨씬 숫자를 줄여서 수용해야 했지만 수도권에 분산 배치할 마땅한 교정시설이 없다보니 이같은 비상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

이 구치소는 심지어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무려 최대 7명이 함께 숙식을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전국에 24일부터 5인 이상 식당 출입을 금하는 등의 특별 방역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수도권의 방역 단계를 종전의 2.5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지 않기로 했다. 주말 확진자 수가 잠시 1000명 대 아래로 주춤한 덕분이다.

하지만 방역의 고삐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28일까지 예정이었던 비수도권에 적용중인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했다. 전혀 방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는 사이 요 며칠 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 새벽 시장에서 수 십명이 무더기로 다닥다닥 붙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서울 광진구에서 집합금지 규정을 어기고 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람들, 아파트에서 밤 10시가 넘어 6명이 모여 술을 먹고 소리를 지르다 고발된 미성년 학생들, 기도를 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며 신도들을 불러들인 종교시설. 이런 상황이라면 펜데믹의 극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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