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12.23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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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요한 밤이다.

거룩하지만 어둠에 묻힌 밤이다.

성탄절을 앞둔 거리는 칠흑 같다. 오가는 사람도 없다. 간혹 들려오는 캐럴도 달갑지 않다.

낯선 풍경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마스크에 목숨줄을 기대본 적도 처음이다.

예수가 탄생한 25일 성탄절 단 하루 코로나19도 잠시 멈춰지길.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기성세대가 쓰는 인사말인 줄 알았다.

코로나19가 내 주변을 엄습해 있음을 감지하니 잠도 안 온다.

정부는 연말연시 모임과 여행은 또 다른 대규모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했다.

24일 0시부터 전 국민은 잠시 멈춤의 길로 들어섰다. 2021년 1월3일까지 우리는 일상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터널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고요하기는커녕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시끄럽다.

국민은 내가 사는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만 봐도 내일을 걱정하는 데 정치권은 오늘만 살 것처럼 으르렁댄다.

불리하면 침묵으로 일관하고, 유리하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세월이 지나도 몸이 기억하나 보다. 정치인들의 막말 잔치는 멈춤도 없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여당은 `홍길동 후보', `변절자' “말 바꾸기가 여의도 국보급” “서울시장을 정치적 정거장처럼 여긴다”는 식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 여당을 향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 “기행 수준이다” 등으로 추진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지켜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내세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 7대 비리(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는 고무줄 잣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일이 드러났고,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서울주택 도시공사 사장 재직 시절 쉐어하우스 사업을 논의하면서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냐”라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내일 일은 정말 모른다.

최근 읽은 이외수 작가의 저서 `아불류 시불류'에서 본 글귀가 맴돈다. 인간은 딱 두 가지 유형 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한 유형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고, 또 다른 유형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고.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여긴다. 세상에 이상한 사람, 그런 것은 없단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가 선정됐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다. 올해는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고 잘못된 것은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모 교수는 말한다.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데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올해 초 우리는 2020년 새해 희망 사자성어로 `만사형통'(萬事亨通·모든 일이 뜻한바 대로 이뤄짐)을 꼽았다. 그러나 현실은 `적막강산'(寂寞江山·앞일을 내다볼 수 없게 답답한 지경)으로 끝을 맺게 됐다.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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