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유감
종강 유감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12.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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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방학을 한 지 이제 열흘. 종강 주간에 기말시험을 본 터라 채점하랴, 출석자료 정리하랴 바쁜 열흘을 보냈다. 어제로 성적 입력을 완료했고, 아, 이제 정말 방학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성적 부여는 상대평가로 이뤄져 왔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평가 대상 집단의 규준을 중심으로 평가 대상자가 집단 안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등급이나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상대평가이고, 미리 정한 기준을 준거로 평가 대상자를 평정하는 것이 절대평가다.

상대적 위치에 따라 전체 학생 중 상위 20%만 A학점을 부여하면 상대평가지만, 학생이 획득한 점수가 90점 이상일 때 인원 수에 관계없이 A학점을 부여하면 절대평가에 해당한다. 절대평가와 다르지만 대학에는 통과/탈락 여부만을 평가하는 방식도 있다.

미국 대학에서도 평가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했다. 지난 11월 말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워드대학의 학생들은 대학 측에 가을학기의 성적 평가를 통과/탈락(Pass/Fail)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봄학기 대면 강의를 원격 강의로 전환하고 통과/탈락 방식의 성적 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하워드대학은 지난 학기와 달리 이번 학기부터는 기존의 등급제로 적용하기로 했고, 학생들은 통과/탈락 평가 방식을 올해 가을학기까지 연장해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하워드대학 근처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 조지워싱턴대학, 조지타운대학 등은 가을학기에도 통과/탈락 평가 방식을 계속 적용할 방침이라 학생들은 거세게 평가 방식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통과/탈락 방식의 성적 평가를 요구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학생이 지난 3월처럼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평상시와 같은 수준과 질적인 학업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워드대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학기 중반에 성적 평가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특정 과목에 피해가 될 수 있으며, 변경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학생 편에서는 통과/탈락 평가 방식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교육자들은 이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학업수행 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양측 입장을 고려해 아메리칸 대학과 메릴랜드 대학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통과/탈락 또는 기존의 등급제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여러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학의 성적은 오랫동안 A~D학점을 등급으로 부여하고 탈락 시 F학점을 부여해왔다. 변화가 있었다면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 지필시험을 통해 평가하느냐, 프로젝트 등 수행을 중심으로 평가하느냐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비대면 수업의 증가와 학생과의 면대면 상호작용이 줄면서 기존의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평가 방식의 선택 역시 배움에 참여한 학생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어느 정도 학습했는지는 학생에 의해 입증되니까 말이다.

얼마 전 읽은 글에서 듀이의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수업과 학습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상인이 팔아야 할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했으면서도 많이 팔았다고 말하면 그 상인을 비웃는다. 그런데 학생이 학습한 것과는 관계없이 하루의 수업을 잘해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을 수 있다'고 비유를 들어 말했다. 맞다, 학생의 학습이 언제나 우선이다. 평가는 정말 물건을 팔았는지 즉 학생에게 배움이 이뤄졌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곧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 덕분에 모든 죄가 사해졌듯이 이번 학기 팔지도 못했으면서 팔았다고 자만했던 내 마음도 깨끗하게 씻겼으면 좋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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