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효(孝)
코로나 시대의 효(孝)
  • 유재현 청주시 세정과 팀장
  • 승인 2020.12.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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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유재현 청주시 세정과 팀장
유재현 청주시 세정과 팀장

 

코로나19로 너무나도 많이 바뀐 일상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올해의 끝이 예년보다 더욱더 빨리 다가오는 것 같다. 예년과는 다르게 모두가 걱정뿐인 한 해였고 특히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랬다.

코로나로 인해 쉽게 찾아뵐 수 없는 현실에 멀리 있는 부모들은 자식들을 그리워하고 자식들과의 거리감을 크게 느꼈다. 이번 코로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가족애와 부모님에 대한 효에 대해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고전 `한시외전(韓詩外傳)'에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자기의 뜻을 펴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고 있을 때였다. 그날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슬피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곡성의 주인공은 고어(皐魚)라는 사람이었다. 공자가 우는 까닭을 묻자 울음을 그친 고어가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는 세 가지 잘못한 일이 있습니다. 젊어서 집을 나가 공부하고 제후들을 찾아다니다가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 보니 양친께서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것이 첫 번째 잘못입니다. 저의 뜻을 지나치게 고상히 하다 보니 군주를 섬기는 일에 소홀하게 됐는데, 이것이 두 번째 잘못입니다. 친구와 본디 친밀하게 지냈으나 점차 관계를 소원히 했으니, 이것이 세 번째 잘못입니다.”

고어는 한숨을 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을 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한번 떠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돌아가시고 나면 다시는 뵙지 못하는 것이 부모님이십니다. 저는 이제 세상을 하직할까 합니다.”

그는 이 말을 마친 후 자리에 선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말라죽었다고 한다.

홀로된 노모를 모시고 있는 필자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동안 받았던 것들에 대한 충분한 보답을 정성껏 드려야 할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며 지내온 시간이 거의 1년이 돼간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함을 겪으며 잃은 것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얻은 것도 있는 한 해였다. 부모님 건강을 한 번 더 챙길 수 있었고 가족들에 대한 소중함도 일깨웠으니 말이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여전히 불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하루빨리 예전의 일상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성공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극복돼 내년 설 명절은 예년과 같은, 아니 예년보다 더욱더 큰 사랑이 넘치는 풍성하고 따뜻한 날들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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