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사회
예술가와 사회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12.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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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최근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의 가장 중심은 각 지자체 별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재단'을 통한 지원형태입니다.

요즘 문재용 작가의 개인전과,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정책에 대해, 정치적인 잣대로 큰소리를 내는 여러 모습을 보면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편으로 그들이 평소에 문화예술 정책과 지원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왔는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해외 전시를 통해 직접 겪은 의미 있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모습을 이야기해봅니다.

프랑스 파리 시내는 집값이 정말 비쌉니다. 보통의 미술인들이 파리 시내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건 상상하기 좀 어렵죠. 더군다나 100년 정도 되는, 건물 자체가 예술품 품격인 아파트의 가치는 그야말로 일반인들에게도 그림의 떡입니다. 이런 멋진 건물에 프랑스 거주 작가 친구가 2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내 기억으로 4층 정도에 살고 있었는데, 승강기가 없어 당연히 계단을 통해 걸어야 했습니다. 나선형 나무 계단을 한 칸씩 밟을 때마다 나무 삐걱대는 소리로 오싹한 느낌을 주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건물은 꼭 고쳐야 할 부분만 현대적인 공구들도 고치고, 가급적 옛날 목재는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신기했지만, 어떻게 이런 근사한 건물에 살게 되었는지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친구의 얘기로는, 평소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파트 건물주가, 자신의 근사한 아파트를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작가들을 선정해, 2년 동안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건물주가 얼마나 부유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 예술가들이 머물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당시 내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 뒤 프랑스 북부 해안도시 `옹플뢰르'에 방문했을 때입니다. 그 지역 유명 작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중년의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로 나를 초대 했습니다. 2층, 3층으로 연결된 작업실은 작업실이라기보다 대형 통 유리창을 통해 바다가 보이는, 아주 근사한 카페 같았습니다. 3층은 주로 작업공간으로 쓰이고, 2층은 차도 마시며 근사한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작품구상을 하는 곳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공간도 건물주가 작가에게 종신까지 흔쾌히 쾌척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건물주는 옹플뢰르에서 가장 비싼 건물의 가장 근사한 2, 3층을 예술가에게 지원하고, 자신의 건물에 유명작가 작업실이 있다는 걸 가장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2층에서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며 `와~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작업할 수 없겠다. 작업이고 뭐고 그냥 이대로 살면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모든 것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사실은 작업실보다 그런 멋진 공간을 예술가들에게 흔쾌히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그들은 예술 활동이 예술가 혼자만 하는 게 아니고,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는 예술가들을 충분히 지원하고,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받은 다양한 지원에 보답하듯, 멋진 작품과 왕성한 예술 활동을 통하여 아름다움의 본질을 다시 개인과 사회로 환원시키는 그들만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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