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20.12.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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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이창옥 수필가

 

11월 달력을 뜯어낸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 하순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긴장하고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해였으리라. 당연하게 여겼던 소소한 것들조차도 마음 편하게 누리지 못하게 되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동안 자유로웠던 그 모든 일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일상들이었는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나 수다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그리 귀한 시간이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어제였다. 독립해서 사는 작은아이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친구의 아버지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장동료와 며칠 동안 함께 생활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딸아이는 집으로 찾아온 그 친구와 점심을 먹는 도중에 연락을 받은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즐거워 재잘대며 점심을 먹다 놀랬을 두 녀석의 모습이 그려져 황당하기도 짠하기도 했다.

악몽을 꾸었다. 검은 그림자는 우리 가족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코로나19는 잠시만 방심을 해도 불쑥 쳐들어오는 무서운 괴물이었다. 코로나란 단어조차 입에 담기 무서워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생활했는데 딸아이가 한순간 곤란한 지경이 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루 반나절이 이리 긴 시간인 줄 정말 몰랐다. 딸의 전화를 기다리며 나의 모든 촉각은 휴대폰에 집중되었다.

어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화를 했던 아이였다.

그 태연함 속에 불안한 마음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나 역시도 태연한 척 내일 검사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담담하게 말했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는지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식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해보라고 남편을 재촉했다. 친구한테 소식이 오면 알려준다는 딸의 대답에 남편은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연락을 해보라고 독촉을 하는 듯했다. 남편도 많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재촉하고 기다리다 조바심에 또 전화하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던 시간은 미로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하고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연락이 왔다. 며칠을 한 공간에서 생활했음에도 다행히 검사결과는 음성이었다. 마스크만 잘 써도 예방할 수 있다더니 역시 마스크의 위력은 대단했다. 금세 세상이 달라 보이고 날아갈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만은 우리 가족만은 비켜가 주길 바랐던 내 마음이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다가 온 세상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다.

이제까지 누리고 살았던 소소했던 모든 일상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모두가 너무도 당연한 듯 누리며 살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마스크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코로나19는 언제 어느 때 불쑥 우리 몸에 쳐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모두가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혼자가 아닌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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