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12.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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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코로나19로 인하여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다. 여행 앓이를 하고 있던 중 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 `오르세 미술관의 대표 화가들이 내 방구석으로 찾아온다',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이라고 나와 있다. 독서한다는 마음보다는 오르세 미술관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도서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저)에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화가 14명이 나온다. 작가마다 어떻게 화가가 됐는지,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들의 작품 속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어릴 때 어머니와 누나를 잃고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아팠던 화가 뭉크. 그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니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그의 마음속 응어리를 소리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인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작품하면 모두가 아는 것처럼 강렬한 노란색이 떠오른다. 노란색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황시증 현상 때문이다. 황시증으로 온통 노란색으로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노란색의 절정이라고 평가받는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는 고흐의 황시증을 열정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더욱더 고음의 노랑을 찾기 위해 알코올 중독 판정에도 불구하고 술을 더 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화가는 마르셀 뒤샹이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소변기를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샘'이란 작품이다. 왜 유명한 작품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작품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다.

“예술가만이 유일하게 창조 행위를 완성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관객은 작품이 지닌 심오한 특성을 해독하고 해석함으로써 창조적 프로세스에 고유한 공헌을 합니다”관객을 관찰자가 아닌 창조자로 보았다. 작품의 완성은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는 개인의 몫인 것이다.

미술을 어렵게 생각했던 나에게 뒤샹이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알아서 감상하면 된다고 말이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건축의 완성은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뒤샹도 관객을 단순 감상자로 본 것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시키는 최종 주최자로 본 것이다.

책 속 화가들의 삶은 대부분 평탄하지 못했다. 경제적, 사회적, 인간적으로 일반적인 인생을 살아온 화가는 거의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남들과는 다른 극한의 상황이었기에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인 화가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히 존경스러웠다.

미술 작품 감상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알아야 보일 것이라는 말도 맞지만 `원래 있던 세상과 규칙은 없었다.'라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말처럼 스스로 룰메이커로서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도 또 하나의 감상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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