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12.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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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2020년. 우주 행성에서 지구는 코로나19라는 큰 혼란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보이지 않는 전파력으로 위협하며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을 최소화했다. 공기 중 전파력이 있으니 될 수 있는 대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여 쇠사슬 없는 감옥 생활을 경험하게 하였다. 집 밖에서는 사람들이 입마다 마스크를 쓰게끔 제도화하였는데, 마치 시골에서 소가 논을 갈 때 풀을 뜯지 못하도록 짚으로 짜서 매주던 입마개가 생각날 정도이다.

처음보다 심해진 범유행 사태를 보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해 볼 때이다.

인류 역사의 변곡점에서 전염병은 큰 영향을 주었다. 14세기 유럽은 페스트(흑사병)로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 인구가 줄다 보니 페스트는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노동력 감소에 따른 임금인상을 부추겨 영세 영주들이 파산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세는 급격히 재편되어 경제구조가 변하고 시장과 화폐경제, 교역의 시대가 도래하며 근대가 출발한 계기가 되었다.

찬란했던 잉카제국이 스페인의 침략으로 무너진 이유도 천연두라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천연두가 잉카 등 남아메리카 원주민 문명의 종말을 가져왔고, 남미에서 유럽으로 금과 은이 쏟아져 들어오자 상공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싹튼 것이다.

1918년에 시작해 1920년까지 창궐한 스페인독감도 현대사에 기록된 최악의 범유행이었다. 불과 2년 만에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세계 인구의 3~5%가 사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가 대략 2,050만~2,200만명 정도인데, 스페인독감 사망자는 무려 5,000만~1억명에 달했다. 스페인독감 범유행이 세계를 강타한 후 영국은 몰락하고, 미국이 신흥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는 세계 경제 재편이 시작되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감염이라는 공통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세균은 하나의 세포이고,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속성을 지닌 기생체이다.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핵이 단백질에 둘러싸여 있는 단순한 형태로, 세포가 아니기에 세포를 숙주로 삼아 기생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 세균은 보통 피부 상처나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지만, 바이러스는 혈액, 타액, 피부 등을 통해 생체로 들어갈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소독약이나 열에 강하고, 전염 확산 속도도 세균보다 빠르다. 또 유전 물질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 확률이 높아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고 적응해간다. 천연두와 결핵은 과학의 힘을 빌려 몰아낼 수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변형되어 인간을 숙주로 삼고 살아간다.

코로나19로 변해버린 일상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100% 효과는 아니지만, 백신의 개발 소식 및 접종에 대한 뉴스에 그나마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는 희망을 품어본다.

코로나19가 스페인독감 사망률보다 높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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