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으로 참회를 완성하길
실천으로 참회를 완성하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12.20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공수처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징계위에 회부돼 정직당했다. 절차와 방식에 대한 논란이 남긴 하겠지만, 여권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이 바야흐로 궤도에 올랐고 향후 일정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들 입장에서는 빛나는 승리요 기념비적 성과라 할만 하다. 그렇다면 저지 투쟁에 사활을 걸었던 국민의힘은 무엇을 얻었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최장 기록을 갱신한 노고야 격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공수처법도, 그 법을 뜯어고친 공수처법 개정안도 관철됐으니 성공적 투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가열한 투쟁으로 집권세력의 독주와 전횡을 국민에게 절절하게 알렸다고 자평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중도 무당층을 움직여 대통령과 여당에 지지율 추락의 내상을 입히기는 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청와대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근소한 차이지만 민주당을 추월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빠진 지지율이 국민의힘으로 온전히 이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권에 악재가 쌓이는 데도 야당의 지지율 반등세가 시원찮은 것은 아직도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충돌하는 전선에 당력을 쏟아부었지만 윤석열이라는 당과 무관한 인물을 대어로 키웠을 뿐이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그에게 가려 보이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역사에 남을 참패를 당했다. 개헌 빼고는 독자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룡 여당을 출현시켰다. 그런 여당과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하며 줄기차게 법사위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 간여하고 본회의까지 좌우할 수 있는 상임위 중의 상임위를 야당에 양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턱도 없는 법사위는 포기하고 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들을 받자는 현실론은 강경 드라이브에 막혀 버렸다. 결과는 단 한 명의 상임위원장도 갖지 못한 제1야당의 출현이었다. 여당의 독선을 부각시키긴 했지만 모든 상임위의 주도권을 여당에 안긴 야당의 무능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저지 과정에서도 얻은 게 없어 보인다.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 법안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이미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이 떼를 쓴다고 되돌아올 리 없건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비토하다가 마지못해 문제적 인물을 추천하는 등 딴지걸기에 주력했다. 결국 여당에 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일 빌미를 줬고, 야당 동의 없이도 공수처장 임명이 가능한 위험천만한 법이 만들어졌다.

이제 국민의힘은 실속 없는 투쟁과 구호의 정치를 되짚어 볼 때가 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난 15일 대국민 사과는 당이 심기일전할 기점으로 삼을 만 하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용서를 구했다.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며 당의 과실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 후에 정당개조, 인적쇄신, 정치혁신을 다짐했다. 이날 참회는 이 세 가지 약속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난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도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었다.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을 트럭 채 받았다가 `차떼기 정당'오명을 썼고,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아 존폐 기로에 서 있었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한켠에 천막 당사를 차린 박 위원장은 국민에게 잘못을 빌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천막 쇼를 벌인다는 여당의 비아냥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받아쳤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영남권을 중심으로 중진의원 26명이 당의 물갈이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50석에서 80석 정도가 예상됐던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연전연승의 부흥기를 열어갈 발판을 구축했다. 대국민 사과가 실천으로 이어져 진정성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