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눈이 달렸나 어떻게 알고 사람을 찾아올까?
코로나19는 눈이 달렸나 어떻게 알고 사람을 찾아올까?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 부장
  • 승인 2020.12.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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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 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 부장

 

길을 건너다 동네 사람을 만났다. 슬쩍 보니 면 마스크만 끼고 속에 필터가 없는 것으로 보여 물어보았다. “그런데 혹시 면 마스크 속에 필터 끼셨어요?”

“아니, 내 기침이나 재채기만 안 나가면 되겠지 뭐. 답답해서 KF 어쩌구 하는 거는 못쓰겠더라구. 코로나 19가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기침, 재채기 등 비말을 통해서만 코로나19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코로나19는 눈이 달린 것이나 진배없다. 공기를 통해 퍼지는 이 바이러스의 경로를 과학적으로 따라가 보자.

사람의 체온은 37도 정도이고, 몸 표면은 그것보다 약간 낮긴 해도 여전히 따뜻한 편이다. 이 따뜻한 열기가 피부 바로 위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가 낮아진다. 피부와 옷 사이에는 대략 8ℓ 정도의 공기가 갇혀 있다(옷에 덮인 면적 1.6 ㎥, 공기 두께 5㎜로 계산).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가 낮아져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갖게 된다. 즉 사람 주변의 공기는 자연스럽게 데워지고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갖게 된다.

사람의 발바닥에서부터 출발하는 공기를 생각해보자. 발 주변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가 작은 물방울처럼 뭉쳐 공기 캡슐이 되어 떠오른다. 이 공기 캡슐 대부분은 위로 더 떠오르지 못하고 흩어져버린다. 그러나 몇몇 공기 캡슐은 발목 근처에서 따뜻해진 또 다른 공기 캡슐을 만나게 된다. 이 캡슐이 힘을 합쳐 좀 더 추진력을 얻어 상승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은 흐름, 쉽게 흩어지는 덩어리였던 공기 캡슐들은 다리와 허벅지를 지나며 기류가 되어 거슬러 올라가면서 계속 따뜻한 덩어리의 보충을 받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공기 캡슐은 장애물(무릎, 배, 가슴 등)을 만나 흩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류가 힘을 얻어 위로 상승하게 된다. 겨드랑이나 귓불로 올라간 공기는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정체되겠지만 불행하게도 코에서 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공기가 들어가서 쌓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 바로 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기의 기류가 발생해 코에 이르기까지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경로에 대해 알아봤다.

이제 다시 사람의 발바닥으로 돌아가 보자. 발 근처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며 밀도가 낮아진 공간은 부분적으로 진공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진공은 바닥의 인근 먼지를 끌어들인다. 끌려들어온 먼지는 위로 상승하는 공기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서 주변의 각종 입자를 같이 묻혀서 끌고 올라간다. 여기에 혹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놓고(?) 갔을 코로나 바이러스도 따라간다. 평상시라면 바닥의 먼지가 코로 들어와 쌓일 뿐이지만, 쉽게 죽지 않고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증기나 먼지 입자에 달라붙어 공기 중에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코에 도달하게 된다.

햇볕이 내리쬐는 방으로 걸어 들어갈 때 공기 중에 떠있는 먼지를 본 적이 있는가?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바이러스는 최대 3시간 동안 이런 먼지 입자에 들러붙어 있을 수 있다. 특히 밀폐되고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먼지 입자에 들러붙어 오랜 시간을 머물 수 있다. 우리 눈에는 안보이지만, 이러한 바이러스의 구름이 간헐천처럼 힘차게 솟아오르는 공기의 기류를 타고 사람의 코로(때때로 눈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들어온다.

옷과 사람의 피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런 공기의 흐름을 안다면 필터 없이 공기를 들이마시는 면마스크만 쓰고 다닐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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