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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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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미 FTA 신경쓰고 있는가
현 인 규 <순천향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정부간 서명을 앞두고 조속한 소고기 수입재개와 신통상정책을 추가하는 협상을 제안하는 등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측은 초기의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에서 물러나 지난 번 협상에 미진한 부분을 요구하겠다면서 추가협상을 받아들일 태도다.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FTA를 체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감안해 본다면 양국 정부가 모두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전술적 심리전을 펴고 있는 느낌이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나라 정치권과 대다수 국민 모두의 관심이 '대선 드라마'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미 FTA를 현 정권의 마지막 성과로 남기려는 정부나 협상단이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드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의회의 비준통과를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 측도 한국의 사정을 분명히 잘 알고 있다. 정부는 FTA 협상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실질적으로 이끌 때 긍정적인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정부간 서명 이후 국회 비준과정이다. 한·미 FTA 협상문 공개과정에서 보듯 정부는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는' PR(공중관계)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맞서 한·미 FTA 협상의 현재와 미래의 득실을 냉정하게 따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국회의 비준절차다. 국회의원들의 개별 의정활동과 더불어 학계와 관련 당사들이 참가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한국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는 이러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FTA 체결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FTA는 어느 한 국가가 이익을 보면 상대 국가는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플러스 섬 협상이 될 수 있다. FTA 협상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국가의 성장기회를 놓치는 것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세계로부터 무역 및 무역외 장벽 등의 역차별에 시달릴 수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오히려 변화에 반보쯤 앞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IT산업을 비롯한 첨단산업에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한·미 FTA 체결을 기회로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 되어 있는 우리 경제를 탈출시킬 수 있는 돌파구로 삼아야 함은 물론 동북아 중심국가로 나가는 발판으로 이용해야 한다.

물론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당장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FTA 체결은 국내기업에게 세계에서 차별없이 경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할 뿐이다. 한·미 FTA는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에 이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한·미 FTA는 상대방이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는 것과 파급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점 때문에 더욱 중요하지만,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유럽과 향후 중국 및 일본과의 FTA 체결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본다면 지금 한·미 FTA의 국내 논의 및 여론 수렴과정, 정부간 협상과정, 국회 비준과정 모두가 앞으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는 6월에 한·미 정부간 서명이 끝나면, 9월 정기국회에 비준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국민에게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가 필요하고, 경제 성장과 복지향상도 중요하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이 국회 내에서 시급하고 심도있게 논의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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