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엔 `산타 할머니'를 기다려 봐요
올 크리스마스엔 `산타 할머니'를 기다려 봐요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0.12.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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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저의 산타학교 동기생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세계 공통으로 `산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요. 하얀 거품을 생각하게 하는 수염에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할아버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동기 산타에게는 수염이 없습니다. 대신 은빛이 감도는 멋진 머리카락을 가진 분이랍니다. 네, 맞습니다. 할머니가 산타 학교에 오신 것입니다.

십여 년 전 발행 된 그림책<산타클로스는 할머니/사노 요코/나무생각/2008>을 통해 산타 할머니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요. 산타 할머니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고요. 그런 산타 할머니가 되기 위한 분이, 이번 신입 교육생에 있어 저와 같이 교육을 받았답니다. 처음엔 호기심과 의아심이 더 많았습니다. 나이와 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요. 그러나 교육기간 동안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 의아심은 저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산타의 역할과 그 일을 소화해 내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고, 여자도 산타가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편지도 매년 보냈다고 해요. 그리고 선물 주머니를 어깨에 메기 위한 힘 기르기, 깜깜한 밤길 산책하며 밤눈 밝게 하기, 틈나는 대로 물끄러미 지도 보며 길 익히기 등을 하며 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한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그리하셨다고 하니 더 와 닿았습니다.

저도 저의 꿈과 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켜 주려고 산타학교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 꿈은 일상에 발을 딛고 일상에서 이루기를 저는 늘 바랐지요. 그러려면 일상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인데 할머니의 `일상 속 꿈을 향한 행진'이 너무도 공감이 갔답니다.

저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과 쉽사리 어울리지도 못하고, 아이들과도 적극적으로 놀아주지 못했지요. 그런데 산타는 밤에 스리슬쩍 다니면 되니 저의 성격과 꼭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아이들 마음을 세심히 살피고 좁은 굴뚝으로 들어가기 등은 제가 잘 할 수 있기도 하구요.

꼭 필요한 곳,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그 선물을 받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가슴 벅차오름과 성취감을 느꼈고, 그 성취감은 저에게 자신감을 선물로 주었지요. 자신감은 `스스럼없이 타인과 이야기하기'인 저의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일상이 행복한 방법을 터득한 셈이지요.

진수경 작가가 저의 동기인 산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그림책 <산타 할머니/봄개울>을 쓰셨더군요. 물론 저도 단체 사진에 잠시 등장합니다. 작가는 작가소개 항목에 여느 이력이 아닌 “도전에는 나이도, 성별도, 그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습니다. <중략> 이 책을 통해, 잠시 잊고 있던 우리의 꿈을 다시 한 번 꺼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로 독자들에게 `꿈'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셨더군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보면, 12월 25일인 크리스마스 날짜, 산타의 모습, 루돌프 등 크리스마스 상징들에 대한 설이 무수히 많이 나옵니다. 산타인 저도 어느 설이 정답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크리스마스 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 종교, 문화가 역사라는 시간과 겹겹이 엉겨 붙어 재생산된 그 나라 고유의 문화로 자리 매김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 탄신에 대한 갑론을박 산타 고향에 대한 진위는 산타의 선물주머니 저 밑에 넣어 두고 산타 할머니, 산타 할아버지, 산타 아저씨가 되어 나눔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크리스마스의 나눔 문화가 제대로 발휘되는 2020년 연말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신입 젊은 산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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