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善惡)의 저편
선악(善惡)의 저편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12.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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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나는 선이고 나의 적(敵)은 악인가? 나는 나와 상대하는 사람보다 더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가? 나는 타인보다 더 대단한 존재이고 중요한 사람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의해 행동하지만, 타인은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에 의해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자신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적 신념에 따라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옆 반 교사는 승진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자신은 주식투자를 하면서 국가 경제와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하는데 옆의 친구는 목돈을 만지기 위해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신세계는 깊은데 상대방의 정신세계는 그리 깊지 않다고 여기며, 자신의 행동에는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지만 상대방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위의 심리학 연구결과는 누구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대검찰청 앞의 전대미문의 화환들, 카톡에 넘치는 자극적인 정치 유튜버들의 메시지 등을 접하면서 이제 자기의 잘남을 앞세우는 것과 상대방 비방하기를 넘어서 상대방을 악마화(Demonization)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악마화의 본질은 상대방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금수의 존재로 폄하해 공격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 끔찍한 이름 때문에 소수의 극단적인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중세 십자군이 이슬람교도들을 악마화하여 죄의식 없이 살해하였으며, 히틀러는 유대인을 악마화하여 600만명을 도덕적 부담 없이 살해했다. 우리의 삶에도 편재할 수 있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 선악을 넘어서

철학자 프레드리히 니체(F.Nietzsche)는 1886년 그의 저서 `선악의 저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가 오랫동안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심연 역시 우리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들여다 본다(146절)”

또한 니체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악마화와 광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인에게 광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 등에는 거의 예외 없이 광기가 존재한다(선악을 넘어, 156절)”

자칫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상대를 악마화할 수 있으며, 괴물이 되어 갈 수 있으며, 내가 속한 집단 속에서 광기를 부릴 수 있다. 니체는 `절대적'이라고 외치는 자들을 경계하라고 지적한다. 어떤 사실이 진리냐 거짓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 즉 어느 만큼 삶을 고양·보존시켜주고 계발시켜 주느냐에 집중하라고 한다.

결국 올 연말과 새해에도 마스크와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스크 뒤에 숨어서 잠잠하고 싶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아울러 손을 씻을 때마다 마음도 씻겠다. 지인들과 물리적 거리는 두면서 틈틈이 자연을 가까이하는 기회를 더 가지고 싶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손 편지도 써 보면 좋겠다. 집합금지로 왁자지껄한 연말연시 모임 대신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마스크 뒤에서 치열하게 내공을 쌓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선과 악, 나와 타자 등에 대해 깊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사랑에 의해 행해지는 것은 언제나 선악을 초월한다(선악의 저편, 15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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