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사, 극강의 뺑뺑이 한 번 타보실래요?
펄사, 극강의 뺑뺑이 한 번 타보실래요?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0.12.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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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어렸을 적 놀이터에 `뺑뺑이'라고 불리던 놀이 기구가 있었다. 정식 명칭이 회전 무대라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반지름이 1m 남짓인 원판에 올라타면, 바깥쪽에서 손으로 밀어 원판을 회전시키며 놀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름도 모를 형이 갑자기 다가와서 신나게 돌려대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멀미에 시달려야 했던 그리 달갑지 않은 기억의 놀이기구이기도 하다.

어떤 물체가 자신의 중심을 축으로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자전 주기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간 56분 4초이다. 왜 24시간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24시간은 하루의 길이지 지구의 자전 주기가 아니다. 지구는 자전과 동시에 공전도 하므로 태양을 어제와 같은 방향에서 보려면 한 바퀴보다 약간 더 자전해야만 한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는 목성의 자전 주기가 9시간 56분으로 가장 빠르다. 지구보다 부피가 1321배인 목성이 지구보다 더 짧은 주기로 자전하고 있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가장 빠른 자전 주기를 자랑하는 펄사(pulsar)에 비하면 목성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1968년에 최초로 공개된 펄사는 1.337초의 규칙적인 주기로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미지의 천체였다. 주기가 너무 짧아서 `외계인이 쏘는 등대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상상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펄사의 존재를 회전하는 중성자별로 규정하고 있다.

중성자별은 물질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양성자와 전자가 분리되지 못하고 압축되어 있는 천체이다. 보통 별의 마지막 죽음 단계에서 생성되는데, 초신성 폭발로 바깥쪽 대부분은 날아가 버리고, 중심의 고밀도 부분만 남은 것이다. 따라서 반지름은 수십 킬로미터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남은 물질들은 높은 밀도로 인해 강하게 응축되어 있다. 이러한 응축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몸을 안쪽으로 모아서 빠른 회전속도를 얻는 것처럼 펄사에 강한 회전을 일으켜 짧은 자전 주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빠른 회전은 중성자별에 강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자기장은 중성자별 표면에서 방출된 물질을 포획해 극으로 운반하며, 극에서는 모인 물질로 인해 강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또한 펄사의 자전에 따라 지구에서는 펄사의 극 지역이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므로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관측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펄사 중 1초에 약 716회 자전하는 펄사도 있다. 펄사의 반지름을 고려했을 때 표면은 빛의 속도의 1/10 수준으로 회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속으로 회전하는 펄사를 놀이기구처럼 탑승해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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