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사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생활지도이다. 오히려 교사들은 교과를 가르치는 일보다 생활지도를 더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왜 교사는 생활지도를 더 힘들어할까?
우리 사회는 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학생이 문제 행동을 했을 때 교사는 정으로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바로 잡으려 한다. 분명 학교에는 상벌점제가 있고 징계 규정도 있다. 따라서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하면 벌점 규정이나 징계 규정에 의거 벌점을 주거나 징계를 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는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린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할 때마다 벌점을 주거나 징계를 하는 것은 너무 사무적이고 냉정한 행동으로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거나 또는 벌점이 누적되어 학생이 징계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어 가능한 벌점을 주려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학생부에 학생의 징계를 의뢰하는 것에도 많은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것을 기대하고 학생들에게 훈계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불손한 태도를 보이거나 말을 버릇없이 하게 되면 감정적이 되고 감정을 학생들에게 표출하게 된다. 결국 감정 표출은 학생과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심지어는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런 경우 교사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학생에 대한 정과 기대감에서 출발했던 생활지도는 교육적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물론 교사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아니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자도 제자가 잘못을 하면 그를 힐책하고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한다. 그러면 교사는 공자보다도 더 훌륭한 품성을 지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문제의 원인을 교사의 인격이나 품성에서 찾으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아니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공자가 제자를 교육함에 힐책과 함께 정강이를 걷어차도 되었던 것은 그 시대가 그것을 용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학교 현장에서 쉽게 체벌이 이루어졌고 아무도 그것을 문제시하거나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부모들이 사랑의 매라고 해서 회초리를 교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체벌을 교육적 방법으로 인정해주었다. 아직도 가끔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부모님들은 “때려서라도 아이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여기에서는 체벌의 교육적 의미와 교육적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제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과거에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것이 올바른 교육적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대가 그것을 용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는 용인되었던 체벌이 지금은 인정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체벌을 교육적 방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공자가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그는 아동학대 방지법에 의해 처벌을 받고 문제 교사로 낙인찍히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면 학생지도도 변해야 한다. 학생 지도에도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정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부작용을 수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활지도에서 벌점을 주거나 징계를 하는 것이 인간적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교육은 이성적 활동이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큰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지도를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교육적 효과와 학생과 학부모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의 변화를 잘 읽는 것이고 교육적 효과도 높이는 방법인 것이다. 즉 교사의 이성적 접근과 함께 학생의 책임 의식, 학부모의 믿음 등이 동반될 때 생활지도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