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목로주점
불 꺼진 목로주점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0.12.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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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코로나의 칼끝이 그녀에게 닿은 것일까? 결국 그녀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래도 한때는 시끌벅적 떠들썩한 목로주점이었는데 주철은 너무 뜻밖인지 의아해했다. 비록 작지만, 길모퉁이 한켠에서 호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손짓하던 곳이었다. 주철도 그 덕에 자주 즐겨 찾는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늦가을 찬바람이 낙엽들을 어둠 속으로 몰아가던 거리는 코로나의 극성으로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그날도 주철이 그곳에 발이 닿았을 때 여느 때와 같지 않게 그녀가 문밖에 나와 있었다. 왠지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주철이가 매장문을 열려고 하자 대뜸 그녀가 퉁명하고 냉랭한 어투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말을 던졌다. 어찌 보면 저지를 당한 것이 무시를 당한 것 같은 거부감마저 들었다. 그런 이유 한켠에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말도 없었다가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조금은 황당하기까지 하였다. 나름대로 단골이라고 생각했건만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귀띔이라도 해주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영업을 하지 못하는 심정이야 오죽할까 하는 생각에 말없이 불만을 접고 있었다. 잠시 후 넌지시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대꾸하기 귀찮은 듯 매장 정리란 말로 그녀의 신경이 날카롭게 스쳐갔다. 그 순간 주철은 그녀의 냉정한 태도에 내심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폐점이라는 말이 싫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막상 매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리에 그녀에게 서운함만을 던질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 전 코로나 이후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녀가 내가 뱉는 한숨 소리를 듣고도 술잔의 유혹에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래도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 매장에 경영문제는 들썩이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코로나 전까지는 비교적 수입이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런대로 애면글면 지탱해 왔던 것 같았다. 그런데 차츰차츰 빈자리들이 드러나고 찬바람이 냉기를 더 하면서 점점 수척한 모습으로 이어가다 결국 코로나를 만나고 말았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을 불행과 궁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목로주점 또한 그로 인해 가뜩이나 힘겹게 버티는 판국에 결정적인 치명을 당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거나 불 꺼진 목로주점은 작별을 창가에 스며드는 달빛이 침묵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환경이 그만큼 생존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그때 기후에 따라 생존의 모습이나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현실은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형태로 생존에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이다. 그중에서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영난 또한 생존을 위협하는 그 심각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에서다. 2020 우울한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코로나는 그 어디쯤 저물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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