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한 해
양면의 한 해
  • 신미선 수필가
  • 승인 2020.12.07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신미선 수필가
신미선 수필가

 

올해도 어김없이 유치원 현관 옆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웠다. 인위적으로 만든 초록의 나무에 알록달록 갖가지 장식품을 매달고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로 빛을 둘러 완성했다. 아이들은 아침에 들어오며 예쁘다고 만져보고 저녁에 돌아가며 산타할아버지는 언제 오냐 묻곤 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한해의 끝이 이렇게 다가왔구나 했다.

그야말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한 해를 겪었다. 일상의 곁에는 늘 마스크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밖으로 나들이조차 마음 편히 나가보질 못했다.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는 소소한 밥 한 끼가 부담스럽고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단어가 이제 더는 전혀 생소하지 않다. 오늘도 핸드폰은 아침부터 안전문자가 왔다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괜찮아지겠지 싶었던 생각은 봄을 지나 여름을 거치고 가을에 당도해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늘 불안의 요소는 곳곳에서 진을 치고 우리의 일상을 위협했다. 그리고 어느새 겨울의 안에 들어와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에 이르렀다. 암울하고 혹독한 2020년 시간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우리가 늘 흡입하는 산소처럼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고 절실한 시간이었음을 올 한 해를 겪으며 처음으로 깨달았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개강과 함께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집을 떠난 지 근 5년 만의 일이었다. 아들은 그동안 빈약한 먹거리에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해 있었지만 몇 달 동안 엄마가 해 준 집밥으로 살이 쪘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군에 입대하던 날에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소박하게 차려 먹여 보낸 것이 지금도 가장 뿌듯한 올해의 장한 일로 기억 중이다.

남편 역시 늘 직장의 연속이라며 잦은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찍 정시에 귀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늘 정확한 시간에 퇴근하고 자잘한 집안일을 함께 하며 살가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를 웃게 해 주었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나도 올해는 그동안 사들여 쌓아놓기만 하고 등한시했던 책들과 친해진 해였다. 올 한 해 가장 많은 책을 읽었고 가장 많은 글을 썼다. 처음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만날 수 없는 것에 답답증이 일어 우울했으나 책과 원고로 그 시간을 이겨냈다.

누구에게나 유난히 아쉬움이 많이 남을 올해일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쉬움 뒤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감사함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당연시 받아들였던 시간이 사실은 참으로 소중한 날들이었고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한 번 더 챙겼을 것이며 나를 넘어 타인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배려심도 키웠을 것이다. 올해는 그리 기억하련다.

이른 아침 씩씩하게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은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 줬으면 좋겠어요?”

“음, 글쎄 코로나를 쫓아낼 힘 센 마법을 주셨으면 좋겠는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