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12.06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등교를 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에 떨며 수능 준비를 하였을지 감히 짐작이 간다.

33년 전 나 또한 학력고사라는 이름으로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을 치렀다. 그 당시엔 부잣집은 남모르게 과외도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공공연하게 학원이 성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서 선생님과 함께 푸는 문제 풀이에 집중하면 되는 시대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공부 양도 많아서 다 소화하지 못하고 늘 버거웠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 공부하랴 학원 숙제하랴 공부에 대한 양이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과연 이 많은 공부의 양 중에서 아이들이 습득하는 양은 몇 퍼센트나 될까?

사람이 타고난 성향이 모두 다른데 1%의 인재들이 다른 99%를 먹여 살린다는 일념으로 엘리트층 학생 중심의 교육을 추구해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교에서는 우열반을 가려 상위 몇 퍼센트 학생들은 따로 기숙사를 준비하는 등 특별 교육을 해 왔다. 그래서 서울대를 몇 명 보냈는지가 그 학교의 일 년 교육 농사 성적으로 자랑스럽게 현수막을 내걸었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대학진학일까?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는 있으면서 공부를 하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일까?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국에 나가서 박사학위를 따 온 사람 중에도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일제 침략 시대를 지나 광복을 찾고, 6·25 동란을 거치면서도 굳건히 버티며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력을 보인 나라이다. 과거 30년 전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에서만큼은 아직도 과거의 답습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은 교육의 성과가 즉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을 안일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데 백 년 앞을 계획하며 세워야 할 교육의 방향을 정부나 교육관계자는 제대로 나침반을 잡고는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교육은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여 역량을 발휘하고 일을 하며 사회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전공대로 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조용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진학을 할 것인지 사회생활로 바로 들어갈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부모는 남들이 모두 대학을 가니 일단 졸업장은 따 놓은 다음에 무엇을 하든 하라는 식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공부라는 짐을 떠안기며 그저 남들과 경쟁하는 길로 내몰았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내 아이가 학창 시절에 이것을 깨달았으면 아이와의 갈등도 줄이고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오늘 다시금 트리나 포올러스가 지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읽었다. 대학 시절 너무도 좋아했던 책인데 30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니 의미가 새롭다.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각자 원하는 삶을 지원해 주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