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갈등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12.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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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농장 한쪽 컨테이너 뒤 산과 인접한 곳에 등나무를 심었다. 여름철 따가운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아직은 어리지만 2~3년 있으면 좋은 쉼터가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3년생 튼실한 묘목을 사다 심었다. 등나무는 홀로 수직으로 클 수 없는 나무다. 감고 의지할 데가 있는 경우나 밝은 곳에 살 경우에만 마치 칡처럼 덩굴이 위로 높이 감고 올라가서 하늘을 뒤덮는다. 그런데 어두운 숲 속이나 감고 올라갈 형편이 안 되는 경우에는 지면에서 뿌리가 드러날 듯 말 듯하면서 옆으로 일직선으로 길게 달리듯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그렇게 뻗다가 의지할 것을 만나면 그것을 감고 위로 솟구쳐 자란다.

봄에 심은 등나무에 지주대를 세워주지 못했었다. 좀 자란 뒤 제대로 된 시렁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감고 올라갈 곳이 없는 등나무는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러다 한 줄기가 소나무를 만났다. 등나무는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 전체를 휘감아버렸다. 엄청난 세력인데 자세히 올려다보니 소나무를 점령한 것은 등나무뿐이 아니었다. 칡덩굴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갈등(葛藤)'은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 모두 대를 휘감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는데 칡은 오른쪽, 등나무는 왼쪽 방향으로 감기 때문에 이 둘이 같은 나무를 타고 오르게 되면 서로 목을 조르듯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를 인생사에 비유해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으니 참으로 의미심장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든, 집단으로 발생하는 것이든 갈등은 모순과 대립 혹은 충돌이나 불일치와 연관이 있다. 갈등은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이며, 지속되고 고조될수록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인간이 이 땅에 출현한 이후 한 번도 갈등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에 철학자, 종교인, 예술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갈등에 대해 논하고 나름의 해결 방법을 제안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 그리고 개인의 심리적 갈등 해소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신문, 방송, SNS 등에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 사건이 등나무와 칡덩굴처럼 뉴스를 온통 뒤엎고 있다. 한동안 수그러지는가 싶던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온 세상이 극도로 긴장상태인데 최고 권력부서인 검찰·법무부의 치고받는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검찰 개혁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는 현 정부뿐만이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던 문제였다. 검찰. 참 무서운 곳이라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인데, 검찰집단이란 어떤 곳이기에? 어떻게 했길래. 개혁을 해야 한다고 계속 이슈가 되는 것일까? 검찰은 어떠한 범죄에 대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집단이다. 넓게는 행정권, 좁게는 사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은 정치권에서 여야가 다 하는 말이다. 그런데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개인 갈등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한배를 탄 사람들 아닌가? 함께 이룩해야 할 과제들을 망각하고 칡덩굴과 등나무가 되어 혈투를 벌이고 있으니 우리를 짜증 내게 하고 피곤하게 한다.

일찍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사자(字)가 들어가는 직업이 꿈이었던 나는 아들을 법학과에 진학시켰었다. 졸업 후 법무계통 진출을 포기시키고 출판사를 이어받게 하였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떤 법무통에서 저들처럼 갈등에 휘말렸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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