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독재정권 기시감"…대검, 감찰부 역조사 비판
현직 판사 "독재정권 기시감"…대검, 감찰부 역조사 비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2.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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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후 대검, 감찰부 전격 조사 착수
송경근 부장판사 "법관 사찰 충분히 의심"

"검찰, 누구도 사과커녕 유감 표명도 안해"

"이번 사안 전국법관대표회의서 논의해야"



대검찰청이 '판사사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역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현직 판사가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며 작심 비판했다.



송경근(56·사법연수원 22기)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3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간절히 호소합니다'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며 "검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마디 없이 당당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송 부장판사는 "저도 행정사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집행정지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 예방을 위해 본안 판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라면 인용이 원칙이고, 실제 인용률이 상당히 높은 것은 담당해 본 분은 다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집행정지 사건도 이런 원칙에 지극히 충실한 결정"이라며 "그런데 유력 일간지 사설에서는 마치 '법원도 확인한 尹 쫓아내기 위법성' 제목 아래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도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읽은 많은 독자는 '법관 사찰 의혹을 포함한 검찰 행위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집행정지를 통해 확인해줬다'는 취지로 이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 결정 후 대검이 '판사사찰 의혹' 압수수색을 집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독재정권'에 비유하며 작심 비판했다.



송 부장판사는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법원은 감찰부에 대해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그리도 급한가. 왠지 지난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느는 것은 지나친 망상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는 단지 해당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 법관의 권익 보호 등을 공개 장소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 공표하며 이를 실천·점검하는 것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할 일"이라며 "이번 사안은 더욱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외부에서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 가해진 유무형의 부당한 압박에 대해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항변해 준 적 있나"라며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갔으면'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또 "이것은 우리 법관들의 문제다. 우리 문제를 우리가 제기해야지 누가 제기하나"라며 "결론적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판사사찰 의혹 관련 '우려 표명 및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원칙적 의견 표명을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법관은 그날그날의 날씨를 고려해서는 안 되고, 그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형식적 균형이 아닌 실질적 균형감을 갖춘 행동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등의 내용이 담긴 정호승 시인의 '폭풍'이라는 시를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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