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길을 걷다
그저 길을 걷다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20.1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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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시간이 흐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그렇게 흘러간다. 한참을 걸어와 이곳에 서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누구도 가 본 적 없고 가보고 싶어 하는 이도 없지만 가야만 한다. 또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많은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1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는 거리두기가 일상으로 되어 버렸고 우리는 여러 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이 상황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해졌다. 혼자 일하고 혼자 놀고 혼자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유난히 외로움과 무서움을 많이 타는 나였기에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외로운 것 참지 못하며, 대범한 척하면서도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갈 정도였다.

갑자기 많은 일이 벌어졌고 새롭게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은 이때 우리는 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점점 더 불안해지는 건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삶이 나락으로 빠진다는 느낌이 들고 삶이 힘들 때 우리는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바닥까지 내려가고 나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래에 지하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하 몇 층까지 내려가려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다 카오스의 세계에 도달하는 건 아닌지 심란하다.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의 수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600명에 달하는 확진자의 수에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래도 일상은 계속되고 여러 방면의 해결 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뿐이다.

이젠 마스크 쓰는 일은 일상처럼 된 지 오래되어 그리 불편한 줄 모르고 지낸다. 사진첩의 사진을 볼 때 마스크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보면 뭔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거리두기는 쉽지 않다. 김영미의 『행복한 심리학』 책 이야기 중에 `큐피트 화살의 거리'가 나온다. 큐피트는 사랑의 화살을 갖고 있지만 멀리 쏘아 날리지는 못한다. 미래의 결혼 상대는 반경 70m 안에 있다고 한다. 이는 즉, 가까이 있어서 사랑이 싹튼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가족 간에도 거리를 두어야 하고 사람과도 2m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위로받고 싶어도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되어 마음도 우울하다. 하지만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처음에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거리를 두었는데 점차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싫어하게 되어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우리는 바뀐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2월로 접에 들어 추워지는 날씨만큼 마음도 추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묵묵히 자기 맡은 일만 성실히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리라. 나는 오늘도 처음 가는 길을 그저 말없이 걸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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