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을 물리치러 이 땅에 `범 내려온다'
역병을 물리치러 이 땅에 `범 내려온다'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20.1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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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모처럼 TV에서 신나고 흥겨운 음악과 댄스를 보았다. 퓨전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란 노래와 재미있는 춤으로 귀와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방송을 보자마자 유튜브를 열어 이날치 밴드를 찾으니 상당히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인데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유튜브로 이 밴드의 음악과 춤을 시청하고 있었다.

나도 점점 그 음악에 빠져 수많은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인터넷 악보상점에 들어가 악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베이스 리듬이 전 세계를 들썩거렸고 세계인들이 한국의 전통음악 및 전통건축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날치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날치 밴드는 2019년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민요를 공부한 국악인들과 밴드를 하던 멤버들이 모여 경기 민요를 락으로 재해석한 `수궁가'중 `별주부전'의 일부인 `범 내려온다'를 재해석해 불러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끄는 그룹으로 부상했다.

이날치 밴드는 일반 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악기 구성을 도입했다. 기타를 과감히 빼고 베이스 기타 두 대와 드럼으로 소리꾼들의 노래를 받쳐준다. 베이스는 아주 간단한 4마디의 같은 멜로디와 반복되는 리듬으로 소리꾼 옆에서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특유의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이날치의 음악을 듣는 사이 그루브와 흥은 하나가 되고 랩과 타령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통과 현대의 구분이 사라진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추는 춤이 더욱 우리 어깨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다. 빨간색의 갑옷과 투구에 진한 선그라스를 쓰고 반복되는 춤사위는 베이스 리듬과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저절로 몸을 비틀어지게 한다.

밴드 이름인 `이날치'는 사람 이름으로 조선 후기의 명창이다. 원래는 줄타기의 명인으로 워낙 몸이 날래고 줄을 잘 타 `날치'라는 별명을 얻어 `이날치'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무등산 증심사에 들어가 독학하여 득음했으며 서편제 소리의 시조로 불리는 박유전에게 배우며 그의 소리를 계승하였다고 한다.

명창 `이날치'는 서편제를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흥선대원군 앞에서 소리를 하여 더욱 유명해 졌다고 한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내용을 보면 토끼를 찾으러 절벽을 오르다가 온 힘을 다 쓰고만 별주부가 마침내 절벽에 올라 저 멀리에 토끼를 발견했다. 자라가 “토선생”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힘이 빠져 “호선생”하고 발음이 새버렸다. 마침 그때 호랑이가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몸에 좋다는 자라로 만든 용봉탕을 먹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 한달음에 산을 내달리는 모습과 이에 겁에 질려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자라의 위기상황을 흥미 있게 그렸다.

`범 내려온다'는 국악의 현대화, 대중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보단 코로나로 인해 경제도 어렵고 세상도 두려운 시기에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흥을 돋우어 세상을 긍정으로 가득 채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범 내려온다. 역병아!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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