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닫은 가계…올해 저축률 1999년 이후 최고치 될 듯
지갑닫은 가계…올해 저축률 1999년 이후 최고치 될 듯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1.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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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 가계저축률 10% 안팎 상승 전망
경기부진 장기화되면 높은 저축률 고착화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계저축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 가능성' 보고서(이용대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 이채현 조사역 작성)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비자발적 소비제약 등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가계저축률은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가계저축률이 6.0%였는데 4%포인트 내외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올해 가계저축률은 지난 1999년(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가계저축률이 오르는 건 정부 지원 확대에 힘입어 가계소득이 미약하게나마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여행,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 부문에서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조치가 단행된 주요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지난해 7.5% 수준에서 올해 2분기 기준 각 25.7% 치솟았고, 유로지역 저축률도 같은기간 12.9%에서 24.6%로 뛰었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저축률이 되돌려질 수 있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소득 부진이 장기화되고 정부 지원도 줄어들게 되면 불안한 가계는 허리띠를 더 조이고 저축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연구팀은 "경기부진 장기화로 경제 전반의 신용위험이 높아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 미래에 소비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축소하고 저축을 증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 저축성향이 높은 고소득층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체 가계의 저축성향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가계저축률 고착화되면…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심화

높아진 저축률이 고착화될 경우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다. 통장에 쌓인 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되고, 우리 경제의 수출·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연구팀은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면 1990년대 일본처럼 내수부양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며 "저축 증대는 경제 전체에서 소비의 비중을 줄여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저축이 투자 수요를 상회할 경우 저성장·저물가·저금리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소비 감소와 저성장 등이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높아진 가계저축률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는 가계 소득여건 약화, 신용제약 증대, 소득불평등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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