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경험이 뇌를 살린다
도전과 경험이 뇌를 살린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11.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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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었다거나 기억력에 예전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뇌는 도대체 정말 그런 것일까?

한 일간지는 프랑스 파리이공과대, 독일 뮌헨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공동연구진이 1890년에서 2014년까지 125년간 열린 2만4000회의 프로 체스 경기에서 보인 선수들의 경기력을 모델로 연구한 인간 인지 능력 변화 분석 결과를 보도하였다. 신문에 소개된 이 연구의 결론을 보면 사람의 인지 능력은 35세에 정점을 찍고 이후 상당 기간 최고 수준을 유지하다 45세 이후에 서서히 감소한다. 연구진은 정보 처리 속도, 기억력, 시각화, 추론 등과 관련한 능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반면,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일에 관한 능력은 50세 넘어서까지도 좋아진다고 하면서, 전문가들의 경우엔 특히 연습, 훈련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뇌 가소성'이라는 핵심 주제를 바탕으로 뇌의 잠재력과 이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책도 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뇌 가소성'을 물체가 외부 힘에 의해 모양이 변하듯 뇌 역시 같은 성질을 갖는다고 정의하고, 이를 이끄는 것은 학습, 운동, 각종 취미 등 새로운 경험과 봉사, 모임과 같은 사회적 교류 등이며, 일상의 변화가 곧 뇌를 변화시키고 미래까지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년의 나이에 스포츠댄스를 배우는 동료,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며 연극 무대에 서는 노교수, 뇌손상을 입은 환자 등의 사례를 통해 뇌는 도전과 경험을 통해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두 연구는 서로 다른 결과 같지만,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뇌의 능력은 50세가 넘어도 향상이 가능하다거나, 연습과 훈련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사람의 경험과 도전을 통해 뇌는 가소성을 가지며 이러한 뇌의 특성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동일 방향을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면서 연마하는 사람의 뇌는 그 능력을 유지하는 반면, 느려진 정보 처리 속도, 기억력을 탓하며 도전에서 멀어지면 뇌의 능력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전공에서 학위논문 중간발표 및 계획서 발표회가 있었다. 이 발표회는 석,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있는 연구자와 지도하는 교수진이 직접 대면하여 논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웹 미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비대면으로 실시하였다. 올해는 8분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함께 연구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있는 정례화 된 공부 모임이니 새로울 이야기가 있을까마는 올해는 56세 된 박사과정 연구자가 여러 면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박사를 수료한지 20여년 만에 재입학을 통해 다시 연구를 시작했으며, 발표회 참여 연구자 중 최고령자다. 그런 그가 발표회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논문주제의 참신성과 함께 그의 준비 태도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교직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주제를 골라냈고, 주제에 적합한 연구과정을 도출하여 단계별로 적용해가고 있다. 그의 연구계획은 30대 연구자 누구보다도 참신했고, 논리적이었다. 그럼 그의 뇌가 20년 전 박사 수료 때보다 쇠퇴했다고 볼 수 있을까?

외려 더 노련해지고 세련되며, 점잖아진 태도는 그의 참신하고 논리적인 연구에 금빛 무늬와 꽃을 더하여 금상첨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도전과 경험이 우리의 뇌를 살린다.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말 아닌가? 우리는 도전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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