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유감(時代遺憾)
시대유감(時代遺憾)
  • 연철흠 충북도의원
  • 승인 2020.11.25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연철흠 충북도의원
연철흠 충북도의원

 

지난 19일 충북 밖에 거주하는 사람이 청남대 안에 설치되어 있던 전두환 동상의 목을 자르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잡힌 일이 있었다.

청주지법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사람은 범행을 저지르다 현장에서 발견되어 구속까지 된 상태라서 혐의를 부인하지도 못할 것이다.

충북도와 도민들은 차분하게 법의 심판을 기다리면 될 문제인데도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공공시설물 훼손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서 범죄혐의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으며 충북도가 제작하고 관리하던 공공시설물이 훼손되어 도민 모두가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우리가 부끄러워야 하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두환 동상을 훼손한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현행법상 처벌을 받는 범죄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일을 벌인 것은 그 동상을 도저히 보아 넘길 수 없다는 어설픈(?) 정의감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은 충북도가 왜 전두환씨를 포함해서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청남대에 세웠는지 그 대의(?)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이웃 전남 광주에는 시민 수 천명(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이 전두환 정권의 총칼에 무참하게 희생당했던 불행한 일이 있었지만 충북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이라 쿨하게 생각하며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살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그분의 동상을 세웠다. 비록 그분뿐 아니라 몇몇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 이미 법원의 판단도 있고 국민 시선마저 곱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면 그런 것쯤이야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충북도는 대범하게 생각을 했나 보다.

혹시 누가 아나? 훗날 역사는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이들을 꼭 악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보장도 없을 테니 말이다.

전두환 동상의 목을 자른 피의자는 곧 재판을 받을 것이다. 그 사람이 훼손한 동상의 관리주체인 충북도는 법정에서 뭐라 주장할지 궁금하다. 당당한 모습으로 피의자를 손가락질하며 공공재산을 훼손한 자를 엄히 다뤄달라고 판사에게 요청을 해서 실추된 행정의 위엄을 세울까? 아니면 그동안 청남대 내에 설치한 전직 대통령 동상이 국민의 걱정을 끼쳐 드렸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전직 대통령 동상철거를 주장한 국민과 도민의 요구가 있음을 감안하여 선처를 호소할 것인가?

지난 1996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시대유감'이라는 싱글음반을 발매했다. 한국공연윤리위원회는 일부 가사가 과격하며 현실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불가판정을 내리고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서태지는 수정 대신 보컬을 아예 빼버리고 연주곡만 앨범에 싣는 형태로 항의를 표시하였다고 한다.

전두환 동상의 목을 자르다 현장에서 검거된 피의자는 전남과 광주에서 무참하게 시민들이 학살당한 아픔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해 학살자도 관광에 이용하는 충청북도의 천박한 행정을 진득하게 참지 못하고 공공시설 훼손이란 행위로 `시대유감'을 표현한 것은 아닌지 충북지사와 도민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