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 죄인가
고졸이 죄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11.25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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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어른들은 말한다.

재능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 행복하다고. 노후가 편안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 살다 보면 기술보다 학벌이 대접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 노조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정부를 향해 이들은 일자리를 달라고, 고졸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성화고에 가면 취업 잘 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한 학생들은 정작 졸업을 앞둔 요즘 일자리가 없어 걱정이다.

취업 먼저 하고 대학을 가도 되니 특성화고 진학을 권장했다.

그런데 올해 공공기관 가운데 아직 진행 중인 채용과 청년 인턴 등을 빼면 순수 정규직 고졸 공채 인원은 부산항만공사 등이 뽑은 7명이 전부다.

최서현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은 “3개월 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실업자가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며 “몇만 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권은 출범하면서 약속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겠노라고, 이를 위해 반드시 고졸 취업 활성화를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 술 더 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을 2022년까지 6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7년 50.4%에서 지난해 33.3%로 급감했다. 특성화고 졸업생 10명 중 3명만 일자리를 찾은 셈이다. 취업률 60%가 꿈의 숫자임을 정책 입안자들은 모르다. 현장을 모르니 현실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특성화고 노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만6000명 늘었지만 고졸 실업자는 약 3.5배인 12만7000명이 증가했다.

올해 특성화고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들을 저주받은 2002년생이라고 한탄한다.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엔 신종플루로, 중학교 때는 메르스로, 고 3인 지금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원하는 사회는 별 게 아니다. 최근 열린 특성화고 권리연합회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밝힌 바람을 보면 △돈이 다가 아닌 사회,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 △선입견 없는 사회 죽을 걱정 없는 일터 △부정적인 시선이 없는 공평한 사회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사회다. 거리로 나온 학생들이 일자리를 달라고, 죽을 걱정 없는 일터를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해도 정치권은 관심이 없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거나 공무원과 교사도 정당 국민경선에 참여시키려는 선거법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학생들의 외침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지 않는가.

OECD 2020 통계 자료를 보면 고등교육 이수율(25~34세)은 OECD 평균 이수율이 45.0%인 반면 우리나라는 69.8%로 24.8%p 높다. 교육단계별 성인의 상대적 임금(고등학교 졸업자 임금=100)은 2018년 한국은 중학교 이하 78.6, 전문대학 111.3인 반면 OECD 평균은 중학교 이하 82.6, 전문대학 118.6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교육단계별 성인 고용률은 고등학교의 경우 OECD 평균은 76.3%인데 한국은 72.2%로 4.1%p 낮았다.

최근 교육부는 내년 2학기부터 고교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2025년부터는 정식과목으로 초·중·고교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호소는 외면한 채 기술강국을 외치며 인공지능 과목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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