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당면한 인류의 가난
21세기에 당면한 인류의 가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1.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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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지구촌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세계를 리드하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불안은 커지기만 하고 있다.

우려했던 재확산이 현실화되고, 또다시 일상이 멈추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자본사회에 블랙홀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삶에서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빈부 격차는 있다지만 현재 지구촌 상황은 우려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억만장자의 75%가 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지만, 부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수혜를 누린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게 코로나 장기화로 말미암아 극빈한 빈곤자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은행이 올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이 갈등과 기후변화의 힘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세계에서 극심한 빈곤이 금세기에 처음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보고서에는 코로나 사태로 올 한해 동안 지구촌 인구 중 1억1500만명의 사람들을 극빈한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고, 경제가 위축되면서 내년에는 1억5000만 명의 사람들이 극빈층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 중 1.4%가 하루 2000원 미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가지 보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극과 극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고다. 코로나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는 더 절박한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하는 중소상인들, 일 할 곳이 없어 아르바이트에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 우리나라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후 중산층이 얇아지고 극부나 극빈으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는 늘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 가난은 공동체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던져졌다. 이제 코로나는 부와 빈의 극점을 더 심화시킬 것이고, 이러한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인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코로나가 인류에게 던진 메시지는 여러 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을 길을 가면서 우리 모두 불안의 숲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또한, 혼돈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근본적인 질문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난의 문제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는 일이다.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면 그 나무에 기대어 사는 생명이 위기에 처하는 것처럼 내 주변의 환경이 변한다는 것은 나의 위기로 다가온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이웃과 함께 사는 법도 우리가 고민하고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한국인들에게 정이라는 문화가 있다면, 서양에서는 기업들의 기부가 자연스럽게 행해져 나눔을 실천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기가 위축될수록 21세기에 당면한 인류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나눔과 기부로 새로운 사회상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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