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자리인데요?
여기 내 자리인데요?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11.22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오후 출장이 있던 어느 날, 점심을 평소보다 일찍 먹으러 학교 식생활관으로 갔다. 평소에는 1~2학년이 먹고 난 후인 12시 전쯤 갔는데, 그날은 11시 20분쯤 간 것이다. 나는 별생각 없이 평소처럼 식판을 받아와서는 평소에 앉던 자리에 앉았다. 밥숟가락을 막 뜨려던 찰나 어린 남자아이가 와서 “선생님! 여기 내 자리인데요?”라며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하였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학교 식생활관에서 누가 먼저 앉으면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찾아서 먹는 일이 흔한 일인데, 어린 꼬마가 와서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얼른 미안하다고 하고서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런데 이곳은 거의 교직원이 앉는 자리였기에 어떤 반 아이들이 올까 쳐다봐도 다른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가서 물어보았다. 이곳은 선생님들이 먹는 자리 아니냐고 물어보니 자기 옆자리까지 챙기고는 그 옆부터 다른 선생님들 자리라고 알려주었다. 자기 옆자리는 자기네 선생님 자리라고 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당당하고 예쁜지~~ 선생님이 식판을 가지고 오시기에 똑똑한 제자를 두셔서 오늘 이 자리 안 뺏기고 식사하실 수 있게 되셨다고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용감하게 네 자릴 지키고 밥을 먹은 상으로 행정실에 오면 선물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 어린이는 지금 2학년 어린이다. 1학년 입학 때부터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욕하고 대들고 뛰쳐나가던 아이였다. 이 아이 때문에 같은 반 아이들이 수업에 지장을 받아서 학교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이 학급에 투입해 주었다. 이 아이의 엄마는 아직 나이가 어린 미혼모이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에 대해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서 지원하여 정기적인 상담 치료 및 ADHD 치료까지 신경을 써 주었다. 간혹 집에서 약을 못 먹고 오면 아이의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어서 약의 일부는 학교에 가져다 놓고 담임 선생님이 챙겨서 먹였다. 그 결과 아이는 다행히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최근 사유리가 일본에 가서 비혼모가 된 것을 뉴스에서 보았다. 얼마 전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는 반대로 여성 마음대로 아이를 낳을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사유리는 말했다.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성에 보수적이던 우리나라에도 성 문화 개방이 보편화 된 것 같다. 학교에서 성교육은 필수로 하고 있지만, 아직도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교육은 아닌지, 학생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고 위기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되고 있기는 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낮고 고령화 인구는 느는 추세이다. 아기가 있는 가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아기를 출산하면 출산금 및 지원금도 주고 유아교육 지원까지 해주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출산을 꺼리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이다.
이제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일은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공동체의 일이 되었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공동체의 삶이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공동체 사회에서 하나의 생명이라도 함께 보듬고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