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출국’ 대한민국
‘쓰레기 수출국’ 대한민국
  • 유지홍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20.11.1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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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지 홍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유지홍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 63개국의 플라스틱 수지 생산&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플라스틱 소비량은 753만9000여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 1인당 1년에 150㎏이나 되는 양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63개국 중 벨기에(177㎏), 대만(15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며, 바로 옆 섬나라 일본(71.5㎏)에 비하면 두 배나 된다. 그런데 이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전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모든 폐기물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폐기물들은 종종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로 수출돼 그곳에 버려지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긴 쓰레기는 당연히 우리나라 책임이겠지만 돈을 주고 다른 나라에 쓰레기를 수출해 그 책임을 전가시킬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불법적으로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내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이러한 일들은 전 세계 폐기물의 56%를 수입하던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러다 결국 불법 브로커들이 우리나라에서 생긴 플라스틱 폐기물 등을 몰래 필리핀으로 수출하려다 필리핀 당국에 의해 제지되고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일까지 생기게 됐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오명에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불명예가 더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폐기물들이 해외로 버려지게 된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시장은 민간 업체에 의해 형성돼 있다. 민간 업체가 폐기물을 수거하고 선별한 후 재활용업체에서 재활용하는 방식인 것인데, 선별을 하고 나온 잔여 폐기물이 문제가 된다. 잔여 폐기물은 전체 폐기물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것들은 사용할 도리가 없다 보니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국가의 도움은 없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런 업체들에게 브로커가 개입해 값싼 처리 비용을 제시하고 잔재 폐기물을 수거해 간 뒤 폐기물들을 플라스틱 제품으로 둔갑시켜 세관을 속이며 폐기물 수출에 관련한 `바젤 협약'도 무시한 채 해외로 쓰레기들을 빼돌리는 것이다.

이 같은 쓰레기는 여러 개도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은 환경을 극심하게 오염시키고 폐기물이 버려진 국가의 국민 건강을 위협하며, 국가들과 민간 사이에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한번 발생한 폐기물은 완벽하게 재활용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 등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민간 분야에서도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시작됐다. 식료품과 생활용품 상점에서는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빨대 등 일회용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들이 판매되기 시작하고 음료 전문점에서도 테이크아웃용 종이컵들도 생분해가 가능한 재질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돌고 돌아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가정과 사회에서 재활용이 힘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생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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