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정말 등방하고 균일할까?
우주는 정말 등방하고 균일할까?
  •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 승인 2020.11.18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빅뱅은 그리 생소한 단어가 아닐 것이다. `뻥 터지는'일련의 대폭발로부터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빅뱅의 가정은 과학이 빚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정점이 아닐까 싶다.

1963년 미국 벨 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여겨진다. “대체 왜 이렇게 관측 자료에 잡음이 나타나지?”라는 불만을 해소하고자 전파망원경에 떨어진 비둘기 똥까지 닦아냈던 일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잡음이 온 우주에 펼쳐져 있는 빅뱅의 증거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의 등방성과 균일성을 시사한다. 우주 초기에 빅뱅과 함께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팽창(인플레이션)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어느 방향을 관측하든 등방하고 균일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 그 균일함 속에서 약간의 요동이 발생하여 항성, 은하 등이 형성되었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중론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주의 등방성과 균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주가 등방하다면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비슷한 온도의 은하 집단은 비슷한 밝기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관찰하는 방향에 따라서 30%까지 밝기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자는 표본 수의 부족을 들어 등방성을 부정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제시하였다. 하지만 과거에도 등방성을 가정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약 40억 광년 크기의 거대 구조 은하단이 발견되거나, 균일하게 퍼져야 할 초신성 폭발의 잔해가 특정 방향으로 더 빠르게 퍼지는 예외적인 현상이 관측되는 등 등방성의 가정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2년 발사를 목표로 제작 중인 유럽우주국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망원경은 아직 정확한 정체를 모르고 있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끈다고 여겨지는 암흑 에너지가 등방성이 아닌 이방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는 정말 균일하게 팽창하였는가?'라던지 `우주는 정말 가속 팽창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