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무의 기운을 수험생들에게
행복나무의 기운을 수험생들에게
  •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 승인 2020.11.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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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지난여름의 끝자락 9월, 사무실에 새로 발령받은 동료 장학사가 전근해왔다. 며칠 뒤에는 이동한 언니를 응원하는 동생이 보낸 행복나무 한그루가 왔다. 본 적 없는 큰 화분에 이리저리 놓을 곳을 찾아 헤매다 사무실 출입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직사광선과 완전한 음지를 제외하면 어떤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니 참 무던한 새 식구다.

사람 키보다 큰 행복나무 화분은 처음엔 시선 두기가 퍽 부담스러웠지만, 아침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초록의 행복나무 덕분에 출근길이 산책길 마냥 싱그러워졌다.

행복나무의 연초록 잎사귀는 보드랍지만 보기보다 단단하다. 잎사귀 끝은 구불구불해서 꼭 웃는 모양으로 생동감이 있다. 뿌리와 연결된 줄기는 두 손 한 아름이고 그 위로 한 손 엄지와 검지로도 잡히는 작은 줄기들이 여럿 뻗어 나와 있다. 뻗어 나온 줄기 중 일부는 끝이 댕강 잘려 있다. 사람들이 판매를 위해 보기 좋은 크기가 유지되도록 잘라낸 모양인데 그 옆으로 가지들이 용케 뻗어 나와 자리를 잡았다.

행복나무의 학명은 Heteropanax fragrans. `서로 다른(hetero) 모든 것(pan)을 치유하며(axo) 향기를 뿜는다(fragrance)'는 의미라고 한다. 무성해진 가지들은 그저 제멋대로 들쑥날쑥해 보이지만 서로 겹치지 않게 자란다. 모두가 골고루 볕과 양분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리 잡은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지 사이로 새로 뻗을 또 다른 가지의 준비가 한창이다. 홀로 있는 가지보다 여러 가지가 함께 자랄 때 더 무성해진다. 마찬가지로 나무는 하나만 심어 놓았을 때보다 여러 종을 한꺼번에 심어 놓았을 때 자라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키가 높이 자라는 나무가 옆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잘 자란다.

토드 부크홀츠는 「러쉬(rush)」에서 아무런 경쟁이 없는 `에덴동산'은 오히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경쟁을 단순한 개인의 이득이 아닌, 사회와의 관계망 속에서 파악하고 경쟁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쟁은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협력 없는 경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축구 시합에서 상대팀과 경쟁을 하지만 경쟁을 이기기 위해 같은 팀의 선수들끼리 협력한다. 경쟁과 협력은 상호 모순된 것이 아니다.

곧 수능이다. 어느 특정 학교에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단순한 경쟁이 교육의 본질일 수 없다. 수능이 경쟁임은 분명하지만 수능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해온 교육적 협력은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을 위함이다. 무엇보다 경쟁은 더 잘 자라고 성장하기 위한 양분으로 존재할 때 빛을 발한다.

학교도 교육청도 수능 준비가 한창이다. 수험생들의 안전과 응시기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으로 어느 때보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모든 수험생들이 그동안 일구어온 성장의 열매를 잘 거두기 바라는 마음을 행복나무에 기원해본다. 행복나무의 서로 다른 모든 것을 치유하는 기운이 수험생들에게 전해지도록 말이다. 어느 해보다 힘들었을 수험생들에게 마음 가득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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