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나만의 공간으로
미술관을 나만의 공간으로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11.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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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하루가 다르게 아침 기온이 내려가면서 계절이 바뀌었고 제법 싸늘해졌다. 가을 단풍이 물들어 예전 같으면 다들 낭만에 젖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여행지를 고른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코로나 19시대에 마음만 그럴 뿐 어디 쉬운 일인가.

늘 이맘때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서 주말에 하루 이틀을 더하여 넉넉히 예술여행을 떠났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해버린 지금 그래도 안전하게 예술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특히 미술관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예술 동호회의 소규모 단체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예술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는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이 최대한 담보된 가족 단위의 소규모 예술여행 활동이 증가하고 대중교통 아닌 개인 차량으로 여행을 하며 최대한 덜 붐비는 곳을 찾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가능하면 집 인근으로 짧은 예술여행을 선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청주 인근에서 미술관 예술여행을 즐기면 어떨까,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깨끗하고 사적인 전용공간을 많이 찾는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오로지 가족들과 머물며 관람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다.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에서 예술여행을 통해 익숙함을 덜어내고 새로움으로 마음을 환기한다면 예술과 함께 가족과 힐링할 수 있는 시간만으로도 단풍여행 못지않은 힐링 여행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시대 미술관 예술여행에 제안을 하고 싶다. 미술관 시간제 예약을 통해 그 시간만큼은 예약 가족에게 미술관 전체를 단독 독채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언택트'를 유지하며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언택트시대 예술경험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시로 1-2단계로 계속 바뀌고 있는 지금, 미술관으로 예술여행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같이 비가 오며 코로나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진 이런 날 보면 좋은 작품이 나에게는 따로 있다.

이렇게 미술관에서 혼자 조용히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커피 한 잔과 20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늘 필자는 작품집에서 세한도를 들여다본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할 때, 북경에 사신으로 갔다 오며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책들을 구해 보내 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 준 그림이다. 한겨울의 극한 추위 속에 간소한 토담집이 하나 있다. 둥근 창이 있는 이 집은 비어 있다.

누가 저 집 안에 살고 있을까? 그림을 보고 있는 지금 저 집은 빈집이다. 집 옆으로는 나무 몇 그루가 황량한 세한보다 더 치명적인 외로움을 보탠다. 텅 빈 집의 안팎으로 오직 바람만 불어온다. 이 세한 속이 마치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모두가 홀로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만들어 낸다. 세한도에는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한시가 적혀 있다. 마치 코로나19가 그동안의 우리 일상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오늘같이 텅 빈 미술관 속의 작품들이 마치 세한도의 빈집을 연상케 한다. 청주에는 청주시립미술관과 대청호미술관, 우민아트센터, 쉐마미술관, 스페이스 몸, 라폼므현대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이 있다. 오늘 같은 날 오롯이 미술관 한 곳을 우리 가족만의 예술여행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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