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과 청주의 도시 브랜드
K-방역과 청주의 도시 브랜드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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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청주도심에서 정은경의 질병관리청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없다.(?)'

이 문장은 형용모순이다. `정은경 청장이 근무하는 질병관리청'으로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더불어 청주도심과 질병관리청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승강장이거나 안내판, 그리고 첨단 정보시스템을 통해 질병관리청을 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찾을 수 없다. `국책기관'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질병관리청이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이 버스 노선 표시 `국책기관'에 속해 있다는 정보 정도는 미리 알고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도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코로나19 이후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에 세계가 당황하고 모든 일상에 충격과 공포가 그치지 않는 와중에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자랑스럽다. 거의 매일 빠짐없이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브리핑하는 정은경 청장에 대한 신뢰는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뉴스에서 `청주'는 대부분 실종되고 있다. `국책기관'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511번, 511-1번, 520번 등 `청주'의 시내버스가 하루에도 수십 차례 오가고 있으나, 대부분의 보도는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청'으로 표기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범위는 생생한데 정작 도시로서의 `청주'는 강조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공적인 K-방역의 중심축을 자랑하며 `청주'의 도시 브랜드를 한껏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청주시는 놓치고 있다.

`국책기관'은 공기업의 일부분을 지칭하는 명칭에 해당한다.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국민경제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공기업체'로 `국책기관'이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차관급 국가공무원이 근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국책기관'으로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정부조직법에 `oo처'는 중앙행정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국무총리 관할의 직속기관이고, `oo청'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각 부(部)의 업무 중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중앙행정기관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청주 오송의 보건의료 집적단지를 `국책기관'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그런데도 청주시가 이를 고치지 않고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하는 청주 오송의 보건의료 집적단지에는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6개 정부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약 4천여 명의 공무원 등이 보건 의료와 관련된 국가 사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낭보도 있으나, 코로나19는 해를 넘겨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내에서도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유증상자 급증에 따라 다시 물리적(사회적) 대응의 단계가 높아지는 등 대응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다만 그나마 우리 국민이 위로받는 것은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과 예방, 그리고 격리와 통제 등의 조치에 대한 찬사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K-방역의 중심이 `청주'이고, 청주 오송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매일 매일의 현황과 대응, 그리고 예방과 차단은 물론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 등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사실상 시작된다는 점은 충분한 자긍심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가정집 차고에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는 여관에서 시작됐다. 과수원이 몰려 있던 실리콘밸리는 조그만 대학창고에서 시작돼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산업의 상징이 되었다.

인류는 이제 수명 200년의 시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건강과 안전은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산업을 밀어내고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성장할 것이다.

K-방역의 중심, 인류 건강과 안전의 성지로 청주를 브랜딩해야 한다. 변방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국책기관'대신 새 이름을 만드는 것. 청주가 마침내 가야 할 창조적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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