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잊게 만든 쓰레기 문제
코로나19가 잊게 만든 쓰레기 문제
  • 김정애 분평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0.11.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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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정애 분평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정애 분평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점심 식사 후 식당에서 나온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커피전문점으로 향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커피전문점에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컵이 재등장했다. 매장 내 테이블에서 테이크아웃 잔에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 2018년 8월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시행되면서 매장 테이블에서 일회용 컵이 사라졌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확연히 줄었고, 스테인리스 빨대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에 익숙해져 갈 때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한시적 일회용 컵 사용이 허용됐다. 이제는 당연한 듯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컵에 음료가 제공된다.

일반 업소에서도 종이컵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이제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죄의식 없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어렵게 바꾼 착한 습관들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음식·식재료 등의 배달 폭증에 따른 포장용기 과대사용에도 비교적 관대해진 분위기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고, 그에 따라 소모되는 일회용 포장 용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주택가 골목에서는 버려진 일회용 포장 용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재활용될 수 있는 용기들도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경우도 많이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1인 가구 증가 및 비대면 거래 증가로 앞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확대에 따른 일회용품 증가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과제이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사회적 과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큰 숙제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들이닥칠 쓰레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했으면 한다. 또한 가급적 쓰레기가 남지 않는 착한 소비를 실천하자.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은 습관이 만들어진 후에라도 나쁜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참 쉽다. 오늘 내가 사용한 일회용 종이컵 한 개가 지구를 오염시키지는 않는다. 내가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 한 개가 고래를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지 않은 작은 습관들이 반복된다면 이 작은 행동들이 해로운 결과들로 켜켜이 쌓여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지금의 습관에 젖어 지낸다면, 쓰레기 문제는 대란을 넘어 돌이키기 힘든 큰 재앙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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