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제도정비·의식개선 시급
'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제도정비·의식개선 시급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1.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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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탑승·인도 질주 '위태'…무분별 주정차에 불편 가중
도로교통법 상 안전 규정 있으나마나…되려 규제 완화

관련 사고 매년 증가…"법령 다듬고 안전 의식 높여야"



"지금보다 규제가 풀리면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지겠죠. 걱정이 큽니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동 킥보드의 무법 질주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법령 미비와 낮은 단속 실효성 때문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규제는 오히려 완화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캠퍼스.



전동 킥보드가 인도 한 가운데를 뚫고 달리자 보행자들이 황급히 양 옆으로 물러섰다. 귀에 이어폰을 낀 채 걷던 한 시민은 스칠 듯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전동 킥보드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규정 탑승 인원 제한을 어기고 2명이 탑승한 킥보드도 이따금 보였다. 이들은 무게 중심을 잘 잡지 못해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조향 장치를 이리저리 꺾었다.



차도를 질주하는 킥보드도 위험천만해보였다. 킥보드 운전자는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다가 후사경에 부딪힐 뻔한 것을 가까스로 피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도로를 달리던 킥보드가 차량과 부딪칠 뻔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전동킥보드의 운행과 교통 안전에 관한 법령 재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모(20)씨도 "최근 부모님의 차량에 타려다 갑작스럽게 튀어 나온 킥보드에 치일 뻔했다"며 "차도와 킥보드가 주행할 도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가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도 골칫거리다. 행인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인도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세워진 킥보드를 피해 걸었다.



송모(22)씨는 "밤에 길 한복판에 쓰러져있던 킥보드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며 "킥보드 주·정차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전동 킥보드에 대한 안전 규제는 실효성이 뒤떨어지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의 불법 주·정차에 관한 규정은 없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전동 킥보드 13개 주·정차 금지구역' 권고안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별로 기준을 만드는 수준이다.



전동 킥보드로 인도를 주행할 경우엔 4만 원 이상, 안전모 미착용은 2만 원 이상의 범칙금을 내야한다.그러나 공유서비스 업체를 통한 이용 방식, 무분별한 주행 행태 등을 고려하면 실제 단속은 여의치 않다.



오히려 다음달 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관련 규제는 완화된다.



법령 개정을 통해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는 나이는 현행 만 16세에서 만 13세로 크게 낮아진다. 또 기존에는 차도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일정 규격(최고 속도 시속 25㎞ 미만, 총 중량 30㎏ 미만)의 전동 킥보드도 자전거 도로를 통행할 수 있다.



전모(26)씨는 "앳돼 보이는 학생들이 킥보드를 탄 채 장난을 치며 인도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 교통법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이 속도가 빠른 킥보드를 몰다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전동 킥보드는 일반 자전거보다 빠른 속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고 가속력이 좋다.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며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교통법규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7년 3건 ▲2018년 15건 ▲2019년 18건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에는 1월부터 8월까지 벌써 1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달 12일에는 새벽시간대 광주 북구 운암동 한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와 오토바이가 충돌, 양측 운전자들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 건수도 증가세다"며 "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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