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운 시대
사람이 그리운 시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11.1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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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희한하다. 먹고 살만해지니 몸은 편한 데 마음이 불편하다.

부모 세대엔 몸은 고될지언정 마음은 편했다.

사람 냄새가 그나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좁은 골목길엔 연탄재가 늘어져 있었다. 행여 지나가다 넘어질까 염려해서다. 감나무 꼭대기에도 까치밥 몫으로 홍시 몇 알이 매달려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 씀씀이만으로도 전해오는 게 정이다.

마음의 공간은 채워야 나누는 게 아니라 나눠야 채워진다는 것을 잊고 산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자리가 사라지는 요즘.

이젠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언급한 4차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은 윤택해졌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로봇, 사물 인터넷, 5G통신 등으로 전례 없는 편익을 누리면서도 편치가 않다.

당시 다보스 포럼에서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작성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주요 15개국의 9개 산업분야 371개의 대기업에 종사하는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의 주요 골자는 일자리 감소였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데 비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개에 그쳐 결과적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도 일자리 전쟁에 한몫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종관 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없어진 일자리 수는 579만9000개라고 밝혔다. 지난 5월의 경우 사라진 전체 일자리 92만개 중 지역서비스 일자리가 84만개로 91%에 달했다.

인공지능기술로 만든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타주고,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세상. 휴대폰만으로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지만 허무하다. 식당에 들어서도 반겨주는 주인장이 없다. 기계에 대고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면 가져와 먹고 도로 갖다놓으면 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가 2021년 10대 키워드로 단어 첫 음절을 모아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를 선정했다. 그 중 마지막 글자인 `O'(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휴먼터치)가 눈에 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끼리 접촉을 피해야 내가 살고, 네가 살고, 우리가 사는 줄로 여겼다. 그런데 이럴수록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단다. 휴먼터치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손길을 의미한다. 내년도 소비 트랜드는 사람의 숨결과 감성이 스며든 사람 냄새 나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봇 바리스타가 많을수록 사람의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스타벅스 CEO는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이유는 반복적인 커피 만드는 일을 로봇이 하는 동안에 바리스타는 오히려 고객과 눈을 맞추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경청하고 또 새로운 형태의 맛있는 음료 메뉴를 개발하는 것에 있다”고.

코로나19 탓에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연탄기부도 급감했다.

밥상공동체 대전연탄은행에 따르면 이달 초 기부된 연탄은 2만5000여장. 평년 18만장 가량의 연탄 기부가 이뤄졌던 것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연탄 한 장은 8시간 온기를 준다. 서민들은 기부한파로 이웃의 겨울을 걱정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친노, 친문, 친박, 친이를 들먹이며 호시절을 그리워한다.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권력이 그리운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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