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그 가수
내가 본 그 가수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0.11.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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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그가 무대 위로 등장하자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이미 예전에 그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와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그를 보았다. 나의 청년기 시절부터 그의 노래는 내 귀와 입을 맴돌며 여태껏 함께 걸어온 가수였다.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를 때마다 그에 대한 공감대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다가와 동질성이 부여된 것인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많은 말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의 노래에는 삶에 대한 애환의 정서를 대변하듯 서정적으로 심금을 울리는 톤이 짙게 깔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다가왔다. 어쩌면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삶의 테두리에 갇혀 그 공간 속에서 희로애락의 시간을 이어가는 존재가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삶 속에 숱한 갈등을 일으키며 애환의 굴레 속에서 눈물로 삶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 울음을 달래주는 것 또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고향과 어머니와 사랑을 빼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노래는 애환을 따라 삶을 어르고 달래며 시대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싣고 굽이쳐 흘러갔다. 그 예로 간단하게 엿보자면 녹슨 기찻길, 평양아줌마 등은 분단시대를 사는 이산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시로, 잡초, 갈무리는 팍팍한 삶을 살아야 하는 그 시대의 인간상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흰구름 먹구름, 머나먼 고향, 너와 나의 고향, 고향역은 고향을 등지고 낯선 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리운 것은 고향의 향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곡에만 그 의미가 수록됐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삶의 애환을 끌고 시간의 벽을 넘어 2000년 밀레니엄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테스형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등장했다. 세월에 묵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쌓인 인생의 경륜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경이로운 신곡들이 선을 보일 때마다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곤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훈아 그는 누구인가 그는 가수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어떤 가수인가 그에게 떠오르는 것은 일단 인간과 자유라는 말로 말머리를 잡아본다. 인간이라는 존재, 주어진 삶, 얽히고설키는 애환,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픈 자유 등등 이런 말로 열거되면서 말들을 이어간다. 인간이라는 정체성의 존재가 생존을 추구하기 위해선 삶이 주어지게 마련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그 삶은 인간에게 쉽사리 만만하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간이란 존재는 절대적으로 그 삶을 피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누구나 삶에 대한 끝없는 갈등과 애환의 연민을 일으키며 산다는 것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가 갈망하는 곳은 고향이고 그리운 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향수는 자유라는 날개를 달고 환골탈태가 되어 삶의 짊어진 애환을 벗어던지며 날아갈 것이다. 한참을 그의 생각으로 골몰하다가 어느덧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 다가온 것 같았다.

그가 아쉬움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사람들은 그가 떠난 후에도 그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듯했다. 이것이 내가 본 그의 모습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시각과 관점에서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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