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11.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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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2020년도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2020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 혼란의 한 해. 뒤를 돌아봐도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 줄줄이 취소되는 행사 및 일정…. 내 나이 하나를 더해야 할 시점은 다가오는데 무심히 지나간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아직 많이 살지 못한 삶이다. 나이 마흔. 왜인지 마흔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누구에게나 베풀며, 박학다식한 어른.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어른.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스물네 살 사회 초년생이랑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마음은…(몸은 많이 다른가?) 나는 여전히 성실하지 못하고, 자제하는 삶보단 욕망이 앞서며, 인내하기는커녕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할 때가 잦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살기는커녕 나 살기도 버겁고 바쁘다. 나만이런가?

마흔을 시작하려니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책꽂이에 도서 `마흔, 역사를 만날 시간'(김준태 지음· 한겨레출판)이 눈에 보인다.

이 책은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역사 인물을 통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역사의 경험을 간접 `복기'(바둑용어)해 봄으로써 오늘을 위한 내 삶을 위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럴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좋은 공부가 된다고 조언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구방심'놓치기 쉬운 마음을 붙들어라. 마음의 중심을 잡고 마음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을 2장은 `도광양회'한계를 극복하고 고난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인능혼동'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 내가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길이 만들어지고 방향이 결정된다고 나 자신이 바로 서기를 응원한다. 4장 `인연생기'인간은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는 인간관계, 그로 인해 성숙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역사 속 인물은 어떻게 인생을 바라보며 다스렸는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는지 이 책은 답해준다.

마흔은 앞만 보고 달려오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만, 남은 앞날을 생각하면 버거운 무게가 느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우아하고 당당하게 살 거라 믿었지만 나이만큼이나 애매한 나이.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쉬엄쉬엄 천천히 가도 괜찮다. 한숨 고르고 생각하고 움직여도 된다 위로받는다.

이제 마흔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 어렵고 두려운 40대의 시작이지만 물러서지 말고 용감하게 나아가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역사에서 그 길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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