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반면교사로 삼자
미국 대선, 반면교사로 삼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1.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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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 의향을 드러내면서 향후 미국의 정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언론과는 달리, 선거부정을 외치며 연방대법원에서 시시비비를 따지겠다는 트럼프의 저항은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선거 불복이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지만,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미국의 선거판은 세계를 선도하던 선진국의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선거의 승패 요인을 뒤로하더라도, 극자본주의로 몰아붙인 트럼프의 정치 성향이 국민 분열을 가져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세계 각국의 관심사다. 세계를 리드해 나가는 미국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 대선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들은 정책 방향은 세계의 흐름을 바꿔놓을 정도로 긴밀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나고 단 몇 시간 만에 선거 결과가 판가름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긴 시간을 할애해 개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중적 구조의 선거인단은 개표의 셈법마저 복잡하게 만들어 혼란스럽다. 워낙 땅덩어리가 큰 탓도 있지만, IT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눈에는 비효율적인 투표방식이 거슬리기도 한다.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미국 대선에서도 터져 나오면서 권력욕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정치혐오도 떠올리게 된다. 허술한 미국의 투표 방식이 한국에선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먼 타국인 미국의 선거운동을 보면서도 한국정치를 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때론 정치권 스스로 가짜뉴스를 양산하면서 국민의 판단력을 봉쇄시키고, 정치적 성향으로 분류하며 투표권을 결집시키는 행태는 영락없이 한국정치판을 닮았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미국의 선거판도 한국을 따라오는 것을 보니 k-POP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해나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주변인들에게 말했지만, 국민을 분열로 몰아가는 그들의 정치가 우리의 어제를 보는 것 같아 뜨끔하다.

이번 미국의 대선결과를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승패 요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미국의 정치평론가 겸 변호사인 밴 존스의 말이 어느 말보다 가슴을 울린다.

그는 바이든의 대선 승리 소감에 “오늘 아침에는 부모가 되기가 더 쉽다. 아빠가 되기가 더 쉽다. 아이들에게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기가 더 쉽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가 더 쉽다”라고 했다. 트럼프 재임 기간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 말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빈부의 갈등이 미국민들 사이에서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들려준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트럼프와 “분열이 아닌 단합을 추구하는 대통령, 존경받는 미국을 만들겠다”는 바이든의 향후 행보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선거 후유증은 오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극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만들면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만들어왔고, 정치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 결과다.

한국도 선거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내년 4월이면 재보궐선거가 이어질 것이고,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선거 등이 예고되고 있다. 좀 더 성숙한 정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국의 대선 과정을 우리는 모두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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